어린 시절 이른바 ‘왕따’(집단 따돌림)를 당하면 성인이 돼서도 우울증과 같은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왕따 피해자가 오랜 기간 후유증에 시달리는 만큼 조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연구팀이 만 18세 이상 성인 4652명을 대상으로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정신질환실태역학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응답자 5명 중 1명(19.8%)은 어린 시절 왕따 등 괴롭힘으로 심리적 트라우마(정신적 충격)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응답자는 4.64%(216명)였다. 연구팀은 이 우울증 환자들에게 어린 시절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 23.6%는 왕따로 인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왕따 트라우마를 겪은 성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1.84배 높았다. 더 나아가 트라우마 종류와 상관없이 여러 폭력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를 중복 경험했을 때 우울증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 예컨대 트라우마를 5개 이상 경험한 경우 우울증 발병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6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전홍진 교수는 “왕따는 피해 학생을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힐 수 있는 폭력이고 특히 성인이 돼서도 대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면서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다른 동반 트라우마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