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이 시행된 뒤 초음파와 MRI(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하는 환자가 대폭 늘면서 이에 따른 진료비가 지난 4년간 10배가량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초음파·MRI 이용에 들어간 진료비 총액은 2018년 1891억원에서 2021년 1조8476억원으로 9.7배 늘었다. 초음파 진료비는 이 기간에 1378억원에서 1조2537억원으로 9.1배, MRI는 513억원에서 5939억원으로 11.6배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면서 초음파·MRI 등 그동안 환자들이 전액 부담해야 했던 ‘비급여 의료 항목’에 대해 2018년부터 건강보험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했다. 흔히 ‘문재인 케어’로 부르는 제도다. 임기 내에 30조6000억원 예산을 들여 비급여 항목 3800여 개를 건강보험에 포함시켜 2017년 62.7%였던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2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 중에서도 초음파와 MRI는 ‘문재인 케어’의 대표적인 혜택으로 많이 거론됐다. 초음파는 2018년 상복부, 2019년 하복부, 2020년 두경부, 2021년 심장, 2022년 근골격 순으로 차츰 건강보험 범위가 확대됐고, MRI도 2018년부터 뇌, 두경부·복부, 척추질환, 근골격 순으로 건보 적용 대상에 들어갔다. 그러자 환자가 그 전에는 MRI 검사를 받으면 평균 66만원을 내야 했는데 이제는 18만원만 내도 된다.
초음파⋅MRI 비용이 싸지자 병원에는 이를 찍으려는 환자들이 밀려들었다. 병원 초음파 진료 횟수는 2018년 288만2000회에서 2021년 1645만7000회로 5.7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MRI도 1.4배 늘었다. 특히 여성 생식기 초음파, 눈 초음파 이용량은 연평균 12%씩 늘어 증가율이 가장 컸고, 흉부·복부·전신 MRI 이용량도 연평균 10%씩 늘었다.
문제는 이렇게 싸다고 많은 사람들이 의료서비스를 받다 보니 건보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가의 초음파⋅MRI 검사가 ‘문재인 케어’에 추가되면서 진료비 증가 폭이 계속 커진 것이다. 2011년부터 2017년 7년 연속 흑자였던 건보 재정수지는 2018년 적자로 돌아섰고, 이후 2020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건강보험 적립금도 적자를 메우느라 계속 줄고 있다. 올해 12조2000억원이던 건보 적립금은 2023년 8조원, 2024년 3조2000억원을 끝으로 고갈될 전망이다. 건보 지출은 지난해 81조원에서 2030년이면 164조원까지 늘 것으로 예측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벌어질 건보 재정 위기를 막으려면 건강보험료를 올리거나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15%를 차지하는 국고 지원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이후 국민들 병원 이용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고령화로 의료 서비스 이용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환자 본인 부담금을 조정하는 등 (건보) 지출 효율화를 적극 추진해야 건보 재정 파탄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감사원도 ‘문재인 케어’에 대한 특별 감사를 벌여 “뇌 MRI 등 건강보험 보장 확대 항목에 대한 심사가 부실해 의료비가 과다 지출됐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케어’ 추진 과정에서 국민이 낸 건보료가 낭비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