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국내 영·유아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검사 도구를 개발하고 임상 시험에서 실효성을 확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팀은 7일 우리나라 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해 만든 ‘걸음마기 아동 행동 발달 선별 척도’를 이용해 국내 42개월 이하 영·유아 621명을 검사한 결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하는 정확도가 평균 82~89%로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태생기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뇌 발달 장애다. 이 장애가 있는 영·유아는 특정 물건이나 행동 양식에 집착하고 타인과 눈 맞춤을 힘들어하거나 언어 발달이 지연되는 증상 등을 보인다. 12~24개월 이내에 진단이 이뤄지고 치료를 받는다면 증상이 개선될 여지가 커지지만, 대개는 진단이 늦어져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이 개발한 검사 방법은 보호자 면담을 통해 평가하고 아이 행동을 직접 평가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아이를 불렀을 때 아이의 반응, 흥미 공유, 눈 맞춤 등 18가지 항목에 대해 보호자가 오랜 기간 관찰해온 내용과 전문가가 직접 아이의 놀이 모습 등을 관찰한 뒤 19가지 항목에 대해 평가한 내용을 바탕으로 장애 여부를 진단한다.
유 교수는 “기존 진단 방법은 정확도가 낮거나 접근도가 낮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악화시키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이번에 개발된 척도가 임상 시험에서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보인 만큼 자폐 스펙트럼 장애 조기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 시험 결과는 국제 학술지 ‘자폐연구’(Autism Research) 최근 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