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자녀 출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여성이 고학력일수록 자녀를 낳지 않으려 한다’는 통념이 있었는데, 실제 신혼부부들을 상대로 출산 여부와 의향 등을 조사했더니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기혼부부 무자녀 선택과 정책’ 보고서를 6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부부가 자녀를 낳지 않기로 하는 선택에 어떤 사회·경제적 변수가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 분석과 결혼 1~7년 차 신혼부부 1779명을 상대로 심층면접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고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을 가진 여성이 대학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여성에 비해 무(無)자녀를 선택할 확률이 높았다. 또 여성의 월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를 낳지 않을 확률이 줄었다. 여성의 근로시간은 무자녀 선택 여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연구진은 “1970년대 이전에는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무자녀 비중이 높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여성의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오히려 무자녀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통상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자녀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무자녀를 선택하게 된다고 봤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성이 본인의 경력을 우선시해서 자녀를 낳지 않기보다는 양육비 부담 때문에 자녀를 낳지 않는 경향이 더 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여성이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이 늘어나 부양 능력도 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출산을 선택할 확률 또한 높아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녀를 낳을지 말지 결정하는 데는 남편의 역할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남편의 가사 시간이 증가할수록 여성이 자녀 출산을 연기하거나 무자녀를 선택할 확률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남편들이 더 적극적으로 가사·육아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미경제연구소에서도 ‘남성의 육아·가사 참여율이 덜한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낮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실제 비슷한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또 여성의 결혼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무자녀를 선택하는 확률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 밖에 가임 기간 등 이유로 여성의 초혼 연령이 높을수록 무자녀 비중은 높아졌다. 연구진이 신혼부부들을 상대로 심층 조사한 결과,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난임 시술 비용이나 신체적 문제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무자녀 부부가 된 경우도 상당했다. 한 부부는 난임 시술을 받은 3년간 총 4000만원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구진은 “정부는 부부가 일하면서 양육비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적절한 보육 환경을 조성해주고, 난임 등의 문제 때문에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부부들이 아무런 비용 부담 없이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외벌이 2자녀 부부의 세금 부담률을 낮춰주는 등 조세 정책을 추진해나갈 필요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