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생 첫해인 2020년 우리나라 자살률이 전년보다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 10~30대 젊은 층 자살률은 전년보다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2020년 자살자 수는 1만3195명으로 전년보다 604명(4.4%) 감소했다.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은 25.7명으로 전년 대비 1.2명(4.4%) 줄었다. 자살률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1년보다 자살자 수는 2711명(17%), 자살률은 6명(19%) 감소했다. 원소윤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가 닥친 시기에는 자살률이 감소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하지만 위기·재난 시기가 지난 뒤 2~3년간은 자살률이 증가한다는 사례 분석이 있는 만큼 일상 회복 후 자살 증가가 나타나는지 주목하겠다”고 밝혔다.
연령별로 보면 80대 이상 자살률이 62.6명으로 가장 높고, 이어 70대(38.8명), 50대(30.5명) 순이었다. 전년과 비교해 40대 이상에선 자살률이 감소했지만 10~30대 자살률은 증가했다. 10·20·30대 자살률은 각각 6.5명, 21.7명, 27.1명으로 전년 대비 9.4%, 12.8%, 0.7%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으로 구분되는 9~24세 자살률은 11.1명으로 전년보다 1.2명(12.2%) 늘었다. 복지부는 “코로나 이전부터 세계적으로 10대와 20대 자살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젊은 층의 자살 동기는 정신적인 문제인 경우가 많은데, 경제적 문제나 코로나 이후 우울감 증가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2020년 전체 자살 사망자 중 68.9%(9093명)가 남자였고, 여자는 4102명으로 31.1%였다. 직업별로는 학생·가사·무직 7771명(58.9%), 서비스·판매 종사자 1350명(10.2%), 사무 종사자 1212명(9.2%) 순으로 많았다. 자살 동기는 정신적 문제가 4905명(38.4%)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제생활 문제(25.4%), 육체적 질병 문제(17.0%), 가정 문제(7.0%)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2016·2017년을 제외하고 2003년 이후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국내 연령표준화 자살률(국가별 연령 구조 차이를 보정한 값)은 24.6명으로 OECD 평균(11명)의 2.2배였다. 복지부는 “2020년 기준으로도 국내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24.5명으로 여전히 OECD 1위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복지부는 이달 초 고시를 개정해 자살한 사람의 유족이나 자살 시도자 외에 자살 위험이 높은 저소득자도 긴급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긴급복지지원제도’ 대상을 확대했다. 전국 54곳의 자살예방센터와 각 시·군·구에 설치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자살 고위험자로 판정을 받고,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이하일 경우 시·군·구청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1인 가구 48만8800원, 4인 가구 130만4900원 등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차등 지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