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내 원숭이두창 의심환자 2명 중 1명이 양성 반응을 보여 치료를 받고 있는 인천의료원. 입구에 감염예방 안내문이 붙어있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 확산 저지를 위해 입국 시 건강상태질문서를 철저히 작성해달라고 당부했다. 허위 신고자는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뉴스1

22일 국내에서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확인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보다 바이러스 전파력은 낮지만 치명률은 높기 때문이다. 이번 첫 확진 사례에서 보듯 사실상 ‘자신 신고’ 외에는 입국 단계에서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지난 5월 7일 나이지리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영국인에게서 발견된 이후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다 한 달 반 만에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21일 기준 41국에서 3000명 넘는 환자가 나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두창·痘瘡)와 가까운 인수(人獸) 공통감염병이다. 1958년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1970년 아프리카 콩고에서 처음으로 인간 감염 사례가 확인됐고, 이후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 사례가 꾸준히 보고됐다. 원숭이두창이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발견된 건 처음이 아니다. 2018년과 2019년에도 나이지리아 여행객을 통해 영국과 이스라엘, 싱가포르에서 환자가 발생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단기간에 40국 이상에서 원숭이두창 환자가 쏟아진 건 처음이다. WHO(세계보건기구)는 23일(현지 시각) 회의를 열고 원숭이두창 확산과 관련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5월 이후 확인된 원숭이두창 환자 대다수는 유럽·미국에서 나왔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1일 기준 원숭이두창 확진자 3157명 가운데 영국에서 가장 많은 794명이 감염됐고 스페인(520명), 독일(469명), 포르투갈(304명) 순이다. 아시아에서는 21일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영국 국적의 승무원이 확진된 데 이어 22일 우리나라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 아시아 지역에서 유행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특히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이 늘어나면 확산세가 커질 우려가 있다.

원숭이두창에 걸리면 발진·발열·두통·근육통·오한·피로감·무력감 등 초기 증상을 보인 후 피부에 수포와 딱지가 생긴다. 국내 첫 환자도 두통을 시작으로 미열과 인후통·무력감·피로·피부병변 증상을 호소했다. 발진은 일반적으로 얼굴에서 시작돼 팔다리·전신 쪽으로 진행되고, 통증과 가려움을 동반한다.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는 생식기 주변 발진이나 항문 통증, 직장 출혈, 장염도 원숭이두창의 주요 증상으로 보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환자의 체액(타액·소변·구토물 등), 침(비말), 오염된 침구나 성관계·키스 등 밀접 신체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비말을 통해 쉽게 전파되는 코로나에 비하면 전파력이 낮은 것이다. 원숭이두창은 비말 등을 통한 호흡기 감염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하다는 게 방역 당국의 판단이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숭이두창은 대체로 감염 후 2~4주 만에 회복되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잠복기는 5~21일 사이로 긴 편이다.

아프리카 지역의 원숭이두창 치명률은 3~6%로 코로나(전 세계 누적 평균 1.2%)의 최대 5배가 넘는다. 그러나 의료 기반이 갖춰진 국가에서는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이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행 초기이기는 하지만, 올해 WHO에 보고된 누적 사망자도 1명(나이지리아)에 그친다. WHO는 “현재 일반 대중에 대한 원숭이두창의 위험도는 낮다”고 했다.

이날 질병청도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경우가 아닌 국내 일반 인구에서 전파 위험은 낮기 때문에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다”며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 등 감염 예방 수칙을 잘 준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원숭이두창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행 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방문한다면 설치류나 영장류 등 동물과 접촉하면 안 된다. 또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과 이들이 사용한 물건과 접촉해서는 안 된다. 원숭이두창 발생 지역에서 귀국한 후 21일 안에 발열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로 전화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