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의사 살인미수와 방화 등 난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근무 중인 의사 78.1%가 최근 1년 내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언 내지 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28~30일 회원 120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다. 폭언과 폭행 횟수는 ‘1년에 1~2회’가 47.3%였고, 한 달에 1~2회 32.1%, 1주에 1~2회 11.2%, 매일 1~2회 1.7% 등이었다. 폭행을 당했을 때 대응은 ‘참는다’가 44.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찰에 신고한다’ 28.9%, ‘병원에 보고한다’ 20.4%, ‘고소·고발한다’ 5.7%였다. ‘근무 중 폭언·폭행에 대한 대응 지침과 매뉴얼이 없다’는 답도 62.6%였다.
병원 사고 예방을 위해 응급실 입구에 금속탐지기 검색대를 설치하거나 보안 요원이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89.7%가 찬성했다. 전체 응답자의 74.5%는 ‘경찰을 응급실에 배치하면 의료진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97.2%는 다른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언·폭행이 벌어질 때 의료진이 해당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했다. 술 취한 사람을 응급실에서 수용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34.7%가 ‘폐지해야 한다’, 51.7%는 ‘별도의 주취자(酒醉者) 보호기관을 마련해야 한다’, 13.6%는 ‘공공 의료기관 응급실에서 수용해야 한다’고 각각 답했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는 “이번 조사를 통해 의사들이 얼마나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