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7000명을 넘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달 중순 원숭이두창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를 검토하는 긴급회의를 재소집하기로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6일(현지 시각) “오는 18일쯤 최고 수준 경보 단계를 지정할지 결정하기 위한 긴급위원회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WHO는 지난달 23일 원숭이두창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처음 논의했으나, 당시에는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전 세계 확진자는 5일 기준 7075명을 기록했다. 지난 5월 6일 영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두 달 만에 7000명을 돌파했다. 최다 확진 국가는 영국(1352명)이었고 스페인(1258명), 독일(1242명)도 1000명을 넘어섰다. 프랑스는 577명, 포르투갈은 415명, 네덜란드는 352명으로 확인됐다. 전체 확진자의 80% 이상이 유럽 지역에 몰려 있다. 미국도 552명을 기록해 유럽 이외 국가 중 처음으로 확진자 500명대를 돌파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미국에서 광범위한 원숭이두창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숨은 감염자들로 인한 폭발력을 우려했다. 현재 캐나다 300명, 브라질에서도 105명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편, 인천의료원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 연구팀은 지난 5일 대한의학회지(JKMS) 홈페이지에 공개한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환자의 증례(證例) 보고’를 통해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환자가 남성 양성애자라고 밝혔다. 이 환자는 지난달 1일부터 21일까지 독일을 방문하고 돌아온 후 이상 증상을 느껴 방역 당국에 신고했다. 의료진은 학회지에 이 환자의 신체에 지름 7㎜ 정도 헐어있는 상처가 있다고 했다. 이는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발견된 원숭이두창 증상과 유사하다.
이달 초 영국 연구진은 학술지 랜싯 감염병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원숭이두창 환자들에게 성기와 항문 주변 병변(病變)이 많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원숭이두창 감염자 대부분이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이라면서 “이들은 다른 증상이 없어도 피부에 새로운 발진이 생기면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