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26)씨는 지난 14일 밤 목이 아파 코로나 자가검사키트를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하지만 인근 약국은 문을 닫았고, 편의점을 돌아봐도 키트가 없었다. 결국 다음 날 동네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음성이 나왔지만 그는 “코로나 재유행이 시작됐다는데 증상이 나타나도 밤에는 검사를 받을 방법이 없으니 답답하고 불안하다”고 했다.

1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가 진열돼 있다.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재유행으로 신규 확진자가 2배씩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면서 편의점 자가진단 키트 판매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2022.7.14/뉴스1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전주 대비 2배 이상 늘면서 자가검사키트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선 “키트를 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주말에는 동네 병·의원 상당수가 문을 닫는 데다, 50대 이하는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받을 수 없다. 60세 이상 등에게 PCR 검사를 해주는 선별진료소·임시선별검사소도 대폭 줄었다. 이에 “전파력 강한 코로나 변이가 속속 등장하는데 초기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역 전문가들은 “PCR 검사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편의점 검사키트’ 재고분 바닥

평일 야간이나 주말은 코로나 감염 취약 고리 중 하나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동네 병·의원은 상당수 문을 닫고,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는 편의점·약국에선 최근 ‘키트 품절 대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일대 편의점 10곳을 찾아 확인한 결과, 자가검사키트를 파는 곳은 2곳에 그쳤다. 한 편의점 주인은 “최근 하루 20명이 키트를 사러 온다”면서 “재고는 다 떨어졌는데 앞으로 코로나가 얼마나 확산될지 가늠할 수 없어 추가 주문은 고민 중”이라고 했다. 키트 판매 편의점 자체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지난 2~4월엔 모든 편의점에서 자가검사키트를 팔 수 있게 했지만, 5월부터는 키트 수급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되자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를 한 편의점 2만3000여 곳(전체의 47%)에서만 판매하도록 제한했다.

식약처는 “약국·편의점 키트 보유분이 많지 않았는데 코로나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부족해진 것”이라며 “현재 키트 업체 재고 보유량이 4429만명분이고, 약국·편의점에서 주문을 넣으면 이틀 내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급 문제는 금방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각 편의점 휴대폰 앱(app)을 내려받으면 점포별 키트 재고량을 알 수 있다.

소나기 맞아가며 검사 - 17일 전국의 코로나 선별진료소는 검사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후 갑작스레 소나기가 내리자 서울 강남구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한 의료진이 얼굴 가리개로 머리를 가리며 검사자를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PCR 검사 쉽게 받게 해줘야”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국 각지의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를 다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곳곳에서 PCR 검사를 담당하던 임시선별검사소는 올 들어 확진자 수 감소에 따라 점점 줄다가 지난달 1일부터 대부분 보건소 선별진료소와 통합됐다. 임시선별검사소는 지난 2월 10일 218개소에서 현재 대전시청광장 등 3곳으로 줄어든 상태다.

보건소 등 선별진료소는 4월 초 642개소에서 현재 607개소로 줄었고, 주말 오후에는 문을 닫는 곳이 많다. 서울 지역 선별진료소 65곳 중 토·일요일 오후 2시 이후에도 검사를 하는 곳은 대형 병원 5곳뿐이다. PCR 검사는 만 60세 이상 고령자, 의사가 코로나 검사가 필요하다고 소견을 낸 환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만 59세 이하 일반인은 증상이 있어도 PCR 검사를 바로 받을 수 없고, 병·의원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동네 병·의원도 주말 오후나 공휴일엔 상당수 문을 닫아 검사를 받고 싶어도 받을 곳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는 아직은 임시선별검사소 확대 등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빠르게 진단하고 확진자에게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는 체계로 가려면 PCR 검사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PCR 검사 숫자를 대폭 늘려야 2·3차 전파를 차단하고, 중증·사망 환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