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고혈압이 있으면 코로나에 걸렸을 때 증세가 중증으로 악화해 병원에 입원할 위험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들수록, 비만일수록 발병하기 쉬운 제2형 당뇨병이나 신장질환, 심부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다른 만성질환은 하나도 없이 오직 고혈압만 있어도 코로나 증상이 심각하게 나빠졌다.
미 로스앤젤레스(LA) 세다스시나이 병원 조셉 에빙거(Ebinger) 박사 연구진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LA 지역에서 화이자·모더나 등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3차까지 완료하고도 코로나 바이러스 오미크론 변이에 걸린 912명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분석 결과는 20일(현지 시각) 미국심장협회 학술지 ‘고혈압(Hypertension)’에 실렸다.
코로나 백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과 사망 가능성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스라엘에서는 백신 추가 접종이 중증 위험을 최대 70%까지 감소시켜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사람들이 코로나 백신을 부스터샷(3차 접종)까지 맞았는데도 왜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고나서 입원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하는지 의문을 가졌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선 지난해 12월 1일 첫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나왔는데 불과 두 달 만에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률 100%를 차지하면서 미 대륙을 휩쓰는 지배종이 됐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시 중인 오미크론 하위 변이만 BA.5, BA.2.75 등을 포함해 총 7개다.
대상자 912명 중 145명(15.9%)은 부스터샷을 맞고도 코로나에 감염돼 입원까지 한 중증 환자였다. 나이가 많거나 평소 고혈압, 만성 신장질환, 심근경색, 심부전 등을 앓고 있는 경우, 백신 접종 후 시간이 꽤 흘러 코로나에 감염되는 경우에도 입원이 필요할 만큼 병세가 악화할 수 있다.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고혈압을 동반하는 사례가 많은 점을 감안해 연구진은 변수를 조정했다. 그런데 분석 결과, 고혈압 환자는 백신을 부스터샷까지 맞아도 고혈압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심지어 다른 만성 질환 없이 순수하게 고혈압만 있어도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2.6배 높았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한 145명 중 86.2%(125명)는 고혈압 환자였다. 고혈압 단일 인자는 코로나로 입원할 위험을 2.64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위중증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나이(고연령)는 1.42배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성인 5명 중 1명이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20세 이상 고혈압 환자는 1374만명으로, 지난 2007년 708만명에서 2배에 가까운 667만명(48.5%) 가량 증가했다.
연구진은 “코로나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기저 질환이 있는 노인만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며 “입원을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오미크론 변이 돌파감염은 모든 연령의 성인, 특히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서 더욱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에빙거 박사는 “특히 이렇게 부스터샷을 맞고도 입원한 환자의 대다수가 고혈압 환자라는 것은 부스터샷이 고혈압 환자와 중증 악화를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에 대한 인식 제고를 통해 보호 장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