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현지 시각) 전 세계 75국에서 발병 사례가 확인된 원숭이두창 감염 사태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 공중보건 경계 선언. 지금까지 신종 인플루엔자A와 에볼라 바이러스 등 여섯 번 선언됐으며, 코로나와 소아마비에는 아직 유지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4일 기준 75국에서 1만7000여 명 원숭이 두창 환자가 발생했다. 6월까지 3000여 명 선이었는데 최근 급증세다.

캐나다, 원숭이두창 백신 접종 - 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23일(현지 시각) 캐나다 몬트리올 야외 진료소에서 한 미국 관광객이 원숭이두창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캐나디안프레스

지난 21일 WHO 산하 국제보건 긴급위원회가 원숭이두창 PHEIC 선언 여부를 놓고 연 회의에선 15명 위원 중 6명은 찬성, 9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그럼에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확산세나 치명률에 이견이 있지만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PHEIC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은 4~6월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16국 528명을 연구한 결과, 98%가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 남성이었고, 41%는 HIV 바이러스(에이즈)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감염자 평균 연령은 38세로 75%가 백인이었다. 연구진은 “감염자의 95%가 성행위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감염자들 주요 증상은 피부 발진, 발열, 림프절 종대, 근육통 등이었다.

우리 정부는 6월 8일 이 질병을 제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고, 6월 22일 국내에서 첫 감염 사례가 확인되자 원숭이두창 위기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다. 이후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주로 살이 닿는 밀접 접촉으로 전파되는 만큼 대유행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다음 주 위기 상황 평가 회의를 열고 조치 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