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등 76개 복지사업 수급자를 선정하는 잣대인 ‘기준 중위소득’이 4인 가구의 경우 내년에는 올해(월 512만1080원)보다 5.47% 오른 월 540만964원으로 결정됐다. 역대 최대 인상 폭이다. 이에 따라 복지 정책의 수혜자가 늘어나고, 국가 재정이 지게 될 복지 부담도 상당 폭 증가하게 됐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장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보건복지부는 29일 제68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를 열고 이렇게 정했다. 역대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2017~2018년 1%대에서 시작해 2019년 2.09%, 2020년 2.94%, 2021년 2.68%였다가 올해 5.02%로 껑충 뛰었고, 내년엔 5.47%까지 인상되게 됐다.

전체 수급자 가구의 70%를 차지하는 1인 가구의 내년 중위소득은 올해(194만4812원)보다 6.84% 오른 207만7892원, 2인 가구는 6.01% 인상된 345만6155원, 3인 가구는 5.72% 인상된 443만4816원으로 결정돼, 모두 4인 가구보다 인상률이 높았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중위소득’은 전 국민을 1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소득 순서로 50번째 사람의 소득을 뜻한다. ‘기준 중위소득’은 이를 토대로 가구 규모별 소득 차이 등을 반영해 산정하는 값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국가장학금, 청년 월세 지원 등 12개 부처 76개 복지사업의 수급자 선정 기준으로 활용된다.

박인석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현 정부의 약속인 ‘취약 계층을 촘촘하고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정책 기조가 반영돼 2015년 이래 최고 수준의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기준 중위소득이 큰 폭으로 인상됨에 따라 내년도 생계급여·의료급여·교육급여 등 각종 급여 혜택을 받는 사람도 늘어난다. 생계급여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계비를 ‘기준 중위소득의 30%’로 정하고 소득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만큼 보전해주는 제도다. 올해는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이 153만6324원 이하면 생계 급여를 받을 수 있었는데, 내년에는 162만289원 이하로 기준이 올라간다. 다만, 현 정부 공약이었던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30%에서 35%로 높이는 방안’은 이날 논의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국가가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의료급여(기준 중위소득의 40% 이하) 지급 기준은 4인 가구의 경우 올해 204만8432원에서 216만386원 이하로 상향 조정됐다. 이 기준에 해당되면 의료비 중 수급자 본인 부담 금액(1000~2000원 선)을 제외한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주거급여(기준 중위소득의 47% 이하)는 내년부터 4인 가구 기준 소득 253만8453원 이하면 대상자가 된다. 요건을 갖추면 지역별로 서울(1급지)의 경우 51만원, 경기·인천(2급지) 39만4000원, 광역·세종·특례시(3급지) 31만3000원, 그 외 지역(4급지) 25만6000원의 임대료가 지급된다. 초·중·고 재학생들을 지원하는 교육급여(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는 4인 가구 소득이 256만540원 이하여야 받을 수 있었으나, 내년부턴 270만482원 이하만 돼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기준 중위소득 인상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 약 9만1000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게 됐다. 추가로 소요되는 재정은 생계급여만 해도 연간 6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기준 중위소득이 활용되는 전체 76개 복지 사업에 드는 재정 부담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5일 열린 중생보위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많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 4인 가구 기준 4.19% 인상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29일 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취약 계층 보호라는 정책 취지를 고려해 결정 안대로 조정됐다. 조규홍 복지부 1차관은 “최종 증가율 5.47%는 2020년에 기준 중위소득의 산정 방식을 개편한 이후 최초로 원칙을 반영해 결정한 결과”라며 “과거 2년은 코로나 등 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해 증가율을 높지 않게 조정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