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누적 2000만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2일 0시까지 누적 1993만명을 기록했고, 이후 이날 오후 9시 현재 전국에서 11만5300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누적 2000만명을 넘어섰다. 2020년 1월 20일 확진자가 처음 나온 지 약 2년 6개월 만이다. 확진자 1000만명(올해 3월 22일)까지 2년 2개월 걸렸지만, 이후 4개월 반 만에 ‘더블링(doubling)’을 기록하게 됐다.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2000만명을 넘어선 나라는 미국·인도·브라질 등 7국. 우리가 8번째다.
국민 5명 중 2명이 코로나 확진 경험을 갖게 된 셈이지만 그 강도는 지자체별로 엇갈렸다. 질병관리청 통계를 보면 확진자가 인구 대비 많이 나온 광역시·도는 서울(10만명당 4만2165명), 세종(4만1133명), 제주(4만248명)였다. 반면 경북(3만2725명)·대구(3만4744명)·전남(3만5004명)은 확진자 비율이 낮았다. 전국 평균은 3만8600명이었다.
코로나 사망률은 부산(10만명당 67명)·강원(57명)·대구(57명)가 높았고, 세종(10명)·전남(28명)·제주(28명)가 낮았다. 세종은 젊은 층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코로나에 걸려도 치명상을 적게 입었고, 전남은 백신 접종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광역자치단체다. 서울은 인구 대비 코로나 발생률은 높았지만 사망률(10만명당 52명)은 부산·강원·대구·경북보다 낮았다. 지역별로 연령대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백신을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의료 시설은 충분한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감염병 대유행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지자체 중에서도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중환자 병상이 충분치 않은 비(非)수도권 지역에 대한 대책을 따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확진자 200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증상이 있어도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은 ‘숨은 감염자’를 포함하면 실제 확진자는 2000만명의 1.5~2배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방역 당국이 지난 6월 공개한 항체 양성률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20명 중 19명은 백신 접종이나 자연 감염으로 코로나 항체를 갖고 있었다.
방역 당국은 지난 2년 반 동안 국내에서 코로나 대유행이 6번 찾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치명적이었던 시기는 작년 7월 이후 델타 변이 확산기(4차 유행)와 올 1월 이후 오미크론 변이 확산기(5차 유행)였다. 이 시기를 거치며 확진자가 대폭 늘었다. 최근 오미크론 하위 변이(BA.5)가 주도하는 6차 유행은 5차 때보다 감염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백신 접종이나 감염 후 완치로 얻은 면역력을 회피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2000만명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서너 차례 결정적 실책을 저지르는 바람에 확산세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한다. 코로나가 잠시 주춤하는 기미를 보일 때마다 방역 완화 조치를 반복하면서 사실상 재유행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2차 유행 직전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고 외식·여행 쿠폰 지급 등 소비 진작 정책을 시행한 것이나, 3차·4차 유행 전 성급하게 거리 두기 조치를 완화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그 충격파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작용했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인구 구성·이동량과 코로나 대응 전략 등에 따라 코로나 발생률·사망률 차이가 컸다. 광역자치단체 중에선 대구·경북과 전남이 코로나 발생률(인구 10만명당 확진자)이 낮았다. 대구·경북은 신천지 대규모 집단감염 등으로 초기부터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을 가진, 이른바 ‘선행 학습’ 효과를 본 지역이다. 대규모 선제 검사나 ‘마스크쓰고(GO)’ 운동 등을 통해 이후 유행 국면에선 발생률 관리가 잘 이뤄졌다는 얘기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구·경북 지역은 코로나 초기 확산 단계에서 큰 피해를 본 뒤 시민들의 방역 의식이 강해지고,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게 발생률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남은 코로나 발생률·사망률 모두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자체 톱3′에 올랐다. 농촌 비중이 높아 인구 밀도가 낮고 인구 이동량이 적은 데 더해 백신 접종률이 높은 것도 작용했다. 전남은 2일 현재 백신 접종률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1차 접종률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90%가 넘고(90.5%), 2차(89.6%)·3차(74.2%)·4차(16.8%) 접종률 모두 가장 높다.
코로나 발생률은 서울·세종·제주·경기·광주·인천·대전 등 젊은 층 인구가 많거나, 인구 이동량이 많은 지역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세종은 코로나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가 10명으로, 전국 평균(49명)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세종은 주민등록 인구 평균 연령이 37.5세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발생률 1위인 서울도 사망률(52명)은 평균(49명)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의료 접근성이 좋아 코로나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고 확진 판정을 받는 인구는 많았지만, 동시에 중증화도 낮출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도시라도 부산(67명)은 사망률이 높았다. 기초 지자체 중 코로나 발생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전남 신안군(1만6003명),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중구(8만666명)였다. 사망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부산 강서구, 전남 목포시, 경기 과천시로 인구 10만명당 사망자가 8명이었다.
코로나 확진자 2000만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53%로, 남성(47%)보다 다소 높았다. 정재훈 교수는 “보통 남성보다 여성이 코로나 검사에 더 적극적이고, 남성은 직장 생활 등 경제적 요소 때문에 상대적으로 검사를 꺼리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령별로는 확진자 2000만명 중 20대 이하가 40%, 60대 이상이 18%였다. 20대 이하는 올 1~2월 오미크론 대유행 초기에는 발생 비율이 50%를 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