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아이들 살은 나중에 다 키로 가는 것 아닌가요?”
많은 부모가 살찐 자녀를 보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이에 대한 답은 “성장 과정에서 정상 범위 내로 체지방이 붙는 것과 ‘소아·청소년 비만’은 다르다”는 것이다. 오히려 비만 아동·청소년의 경우, 성 조숙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사춘기가 앞당겨져 성장 가능 시기가 단축될 수 있다. 성장판이 일찍 닫혀 결과적으로 제대로 못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도 소아·청소년 비만과 그 심각성을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방치 시 80%가 성인 비만으로
코로나 사태가 2년 반 넘게 이어지면서 운동 부족 등으로 소아·청소년 비만 사례가 부쩍 늘었다. 비만은 단순히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몸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로, 이로 인한 대사 장애를 동반하는 ‘질병’이다. 특히 합병증이 문제다. 비만인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고지혈증·고혈압·당뇨병 같은 대사증후군과 지방간, 무릎 관절 질환, 두통·코골이·수면무호흡증 등을 겪기도 한다. 소아 비만은 3~6세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제때 관리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약 75~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성인기에 비만 합병증도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또 비만 아동·청소년은 정신적으로도 자존감이 낮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아 학교 내 따돌림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아 비만 판정은 만 2세 이상의 경우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한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예컨대 키가 140㎝, 몸무게가 40㎏인 어린이의 체질량지수는 40÷(1.4×1.4)의 결과 값인 20.4다. 이 값이 해당 성별·연령 내 백분위 95% 이상이면 ‘비만’, 85~94%면 ‘과체중’이다. 만 2세 미만은 ‘신장 대비 체중’이 해당 성별·연령에서 백분위 95% 이상이면 ‘과체중’으로 판정한다. 요즘엔 포털 사이트에서도 ‘체질량지수’ ‘비만도 계산’ 같은 키워드를 입력하면 자녀의 비만 정도를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스크린 시간’ 늘며 비만 증가
소아 비만 대부분은 나쁜 생활 습관 때문에 발생한다. 가당 음료·과자·패스트푸드 같은 고열량 음식 섭취, 잦은 과식과 야식 등 ‘잘못된 식습관’이 첫째 원인이다.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 등 ‘잘못된 생활 습관’과 ‘운동 부족’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 유행 전인 2019년 13.8%였던 남자 중고생 비만율은 지난해 17.5%로, 여자 중고생 비만율은 같은 기간 8.1%에서 9.1%로 높아졌다. 스마트폰·게임·컴퓨터 등을 사용하는 이른바 ‘스크린 시간’이 늘어난 반면 운동 시간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족 요인도 비만의 원인 중 하나다. 부모가 모두 비만일 경우 자녀가 비만이 될 확률은 80%, 한쪽 부모가 비만인 경우엔 40~50%, 부모 모두가 정상일 경우에는 7% 확률로 소아 비만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형제 중 비만인 아이가 있으면 다른 아이가 비만이 될 확률도 40~80%에 이른다. 유전적 요인에 더해 가족의 생활 양식과 식습관도 소아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다른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른바 ‘2차성 비만’은 1% 미만으로 매우 드문데, 중추신경계 손상, 내분비 질환, 선천성 증후군 등이 원인이다.
소아 비만을 치료할 때는 단순히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생활 습관을 바르게 교정하는 데 초점을 둬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식습관에서는 작은 그릇 사용 등을 통해 총 칼로리 섭취량을 관리하면서, 특히 설탕이 첨가된 음료와 패스트푸드를 피하도록 한다. 운동은 하루 60분을 목표로 최소 20분 이상, 주 5회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또 공부 시간을 제외하고 앉아 있는 시간이나 디지털 기기·TV 사용 시간을 하루 2시간 이내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함께 먹고 자며 생활 패턴을 공유하는 가족 역할이 중요하다. 가족이 생활 습관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근본적인 예방·치료·관리가 가능하다. 생활 습관 개선 등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심한 비만 합병증까지 나타난 경우엔 전문의 상담 후 의학적 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