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원자들이 기피하는 전공으로 꼽히는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각각 임산부·태아, 영유아·아동청소년 진료 전반을 책임진다. 그래서 ‘국가 인구·의료 정책’의 기틀이 되는 과로 불린다. 최근 출산율 하락 등으로 비인기 전공이 돼 전공의 지원자 수는 급감하고 이에 따른 의료진 고령화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저출산 시대에 그 중요성은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문 의료진의 고급 의술(醫術)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임신·출산 관련 사고·질병 등으로 사망하는 산모 비율은 출생아 10만명당 11.8명(2020년 기준)이다. 전년(9.9명) 대비 18.5% 늘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매년 웃돌고 있다. 평균 임신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위험 산모와 난임 사례가 크게 늘었다. 시험관 시술 증가로 다(多)태아 비율도 2010년 2.7%에서 2020년 4.9%로 높아졌다.

박중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임신·출산 과정이 힘들어지고, 각종 여성 질환도 늘면서 산부인과 진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은데, 정작 공급이 못 받쳐주고 있다”고 했다. 올해 산부인과 전공의 모집 정원 154명 중 지원자는 94명으로 지원율이 61%에 그쳤다. 의료진 고령화는 더 심각하다. 2020년 말 기준 산부인과 전문의 4명 중 1명(25.3%)은 60세 이상이다. 이들의 은퇴 후에는 분만 취약지를 포함한 ‘산부인과 진료 공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소아청소년과 치료 수요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체중 2.5㎏ 미만 ‘저체중 출생아’, 1.5㎏ 미만으로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전문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극소 저체중 출생아’ 비율은 2020년 기준 각각 6.8%, 0.8%로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아동청소년 코로나 환자 등이 크게 늘면서 소아 응급실을 찾는 사례도 많아졌고, 소아청소년 비만·아토피 등 치료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작년 37.3%, 올해는 23.1%(정원 182명 중 42명 지원)까지 떨어졌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서울 대학병원들도 교수들까지 야간 당직에 투입해 겨우 소아응급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현 추세로 가면 1~2년 내에 현장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 진료 체계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