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알코올성 간 질환이나 위염 등 음주로 사망한 사람 수가 5000명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구 10만명 당 알코올 관련 질환 사망률도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 시작된 코로나가 주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발표한 ‘2022 알코올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2020년 알코올 관련 질환의 전체 사망자 수는 5155명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성 간 질환과 위염, 다발성 신경증, 췌장염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알코올 관련 질환 사망자 수는 2006년 이후 4000명대에서 등락을 거듭해오다, 2019년 4694명으로 전년 대비 216명(4.3%) 줄어들었는데, 이듬해 갑자기 461명(10%) 증가해 5000명을 넘어선 것이다.
구체적인 사인(死因)으로는 알코올성 간 질환이 3941명(76%)으로 가장 많았고, 알코올 사용에 의한 정신 및 행동장애가 1089명(21%)으로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는 5060세대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전체 알코올 사망자의 22.7%가 50대였고 60대도 21.5%를 차지했다. 70대는 13.3%, 40대는 11.1%였다.
2020년에는 인구 10만명당 알코올 관련 질환 사망률도 10.0명으로 늘어 최고점을 찍었다. 이 수치는 2006년 9.2명에서 시작해 9.1명(2010년), 8.8명(2014년), 9.4명(2017년), 9.1명(2019년)으로 10년 넘게 9명 안팎을 오르내렸다.
전문가들은 2020년 알코올 유발 사망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이유로 코로나 확산을 꼽고 있다. 코로나 확산 초기 의료기관이 ‘록다운(완전 폐쇄)’되면서 대면·입원 진료가 중단된 게 치명타였다는 것이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중독 전문)는 “만성 알코올중독은 정기적인 대면 치료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며 “대면 진료가 어려워지고 복지 자원이 방역 현장에 우선 배치되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알코올중독 환자의 다수가 홀로 거주하는 5060 남성”이라며 “주변에서 밀접한 관리를 받지 못하는 상황과 록다운이 맞물리며 극단적 선택 등으로 사망자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알코올 관련 질환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원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간암 전문)는 “알코올은 간을 비롯한 장기 전반에 손상을 준다”며 “기질성 질환(신체 장기 관련 질환)에 대한 연구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해국 교수는 “경제적 취약 계층이 많은 알코올 관련 질환 환자를 위해 알코올 전문치료 기관을 만들고 음주 고위험군 단계에서 조기 개입해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함께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