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인 빌 게이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인 빌 게이츠가 17일 “20년 이내 다음 감염병에 의한 팬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본다”고 전망하며, 국제 보건 환경 개선을 위해 한국이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본지 등 6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이 국제 보건 관련 기관에 좀 더 많은 기금을 출연하고, 백신 등 보건 기술 개발에도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게이츠 이사장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 같은 역할 확대를 촉구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놀라운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세계 경제 10대 대국이자, 혁신을 대표하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0.16%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으로 책정하고 있는데 경제 규모에 걸맞게 GDP의 0.3%로 늘리면 세계 보건 형평성 개선에 더욱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규모와 무관하게 혁신·기술 개발을 이뤄내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새로운 백신 개발 등에 한국 기업이 더욱 동참하길 바란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코로나 예방 백신 개발 및 개발도상국 분배에 크게 기여한 게이츠 이사장은 게이츠 재단의 미래 프로젝트로 ‘결핵 백신 개발’을 꼽았는데, 여기에 한국 기업들도 참여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개발까진 8~10년 정도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모든 게 맞아떨어질 경우 기적과도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국내 연구기관 국제백신연구소(IVI)와 오랜 기간 협업하며 장(腸) 관련 질환 문제에서 큰 성과를 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미 협업해 온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이어 또 다른 한국 기업에 지원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엔 “국제 보건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고 백신 개발 뒤 빈국(貧國)에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고 했다. 얼마만큼 이익을 냈는지보다 얼마나 많은 목숨을 살렸는지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한편, 2015년 한 강연에서 호흡기 감염병에 의한 팬데믹을 예견해 주목받았던 게이츠 이사장은 “향후 20년 내 팬데믹이 재발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며 이에 대비해 ‘글로벌 대응 및 동원팀(GERM)’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최근 발간한 저서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에서 제안한 것으로, 인원 약 3000명·연간 예산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감염병 전담기구다. 세계 각국이 예산을 갹출해 협력한다면, 다음 팬데믹으로 인한 천문학적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국제적 차원의 협력과 대응이 필요한 미래 과제로는 또 다른 감염병에 의한 팬데믹과 전쟁, 기후 위기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