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맞을까, 기다렸다 맞을까.” 올가을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를 겨냥한 개량 백신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3~4차 접종 대상자는 물론, 방역 당국도 접종 계획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기존 원조 코로나용 백신이 변이에는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 맞고 나중에 또 맞느니 차라리 기다렸다 개량 백신만 맞겠다”는 접종 대상자들이 적잖은 게 현실이다.

현재 출시를 앞둔 개량 백신은 크게 두 종류다. 원조 코로나 및 BA.1(오미크론) 변이 감염 예방 효과를 갖춘 ‘1차 개량 백신’, 원조 코로나 및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 상당수 국가에서 우세종이 된 BA.5(오미크론 하위 변이) 감염 예방을 위한 ‘2차 개량 백신’이다. 코로나 백신과 관련해 ‘선택의 폭’은 넓어지게 됐지만, 1·2차 개량 백신이 언제 국내에 들어올지, 효능은 어느 정도일지 확실치 않다는 게 문제다.

BA.5가 주도하는 코로나 재유행 국면에서 백신 면역 효과를 유지하려면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3차 접종률은 인구 대비 65.3%(22일 0시 기준), 4차는 13.4%다. 3차 접종이 지난해 10월, 4차는 올 4월 본격 시작했던 점을 고려하면 접종률이 1·2차(87% 이상)에 비해 저조하다. 추가 접종을 통해 감염 후 중증화 위험을 최대한 떨어뜨려야 코로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 대상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방역 당국 딜레마다. 백신 부작용 우려나 빈번한 돌파감염을 이유로 제기된 백신 무용론 등이 영향을 줬지만, 개량 백신 출시 예정 소식도 현재 낮은 접종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영국 정부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모더나 ‘1차 개량 백신’ 사용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원조 코로나(우한주)와 BA.1을 대상으로 개발한 백신을 절반씩 섞어 만들었다. 18세 이상 성인에게 추가 접종(부스터샷)만 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모더나가 지난달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했고, 승인이 나면 10월쯤부터 접종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화이자도 조만간 1차 개량 백신 허가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그런데 화이자·모더나가 ‘2차 개량 백신’ 출시도 예고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2차 개량 백신은 현재 유행하는 BA.5를 주 대상으로 만든 백신이다.

전문가들은 기저 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원조 백신으로 최대한 빨리 4차 접종을 하라고 조언한다. 엄중식 가천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1차 개량 백신은 BA.5나 앞으로 나올 다른 변이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얼마나 될지 불확실하고, 2차 개량 백신은 언제 국내에 도입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고위험군이 개량 백신을 기다리면서 4차 접종을 미루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1차 개량 백신과 2차 개량 백신은 한두 달 정도 짧은 시차를 두고 출시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정부는 일단 1차 개량 백신 도입을 비롯한 하반기 접종 계획을 백신 효과성·안전성, 방역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 뒤 이달 말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단 코로나 재유행은 잠시 소강상태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이번 주 정점을 찍고 앞으로 서서히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10~11월이 되면 모든 사람의 면역이 일시에 떨어지는 시기가 오게 돼 있다. 한 번의 큰 파도가 남아 있다”면서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을 맞아도 감염된다고 하지만 이는 대유행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원조 백신도 변이 감염 시 중증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으니 고위험군은 망설이지 말고 4차 접종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다만 기저 질환 없는 50세 미만은 개량 백신 출시 이후 상황을 보면서 정부 방침을 기다려도 무방하다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달 들어 중단했던 코로나 재택치료 독거노인 등 ‘고위험 취약계층 대상 전화 모니터링’을 이번 주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증가세를 보이자 이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