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제도를 융통성 없이 공급자 중심으로 짜다 보니 (복지 대상과) 연결도 잘 안 되고 사각지대가 생기는 겁니다.” 서상목(75)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은 이번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거론하면서 “현재 전국 읍·면·동에 사회복지 전문요원 3만여 명이 배치돼 있고, 복지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우리만큼 많은 나라도 드물다”면서 “다만 제도를 적용할 때 너무 경직적이라 이런 비극이 자꾸 발생한다”고 말했다.
복지 서비스 대상자들은 처한 환경에 따라 필요한 항목이 다르다. 이를 복지 담당 직원이 재량을 갖고 유연하게 운영해야 요구를 상당 부분 충족시킬 수 있는데 “감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기계적으로 지침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는 것이다.
숨진 세 모녀는 받을 수 있었던 복지 혜택도 챙기지 못했다. 서 회장은 “공무원에게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어려운 사람을 찾으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민간 차원에서 보완해줘야 한다”고 했다. 시·군·구에 의무적으로 지역 복지 공동체를 설치해 동네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 기관 등에 연결하도록 하는 일종의 ‘커뮤니티 케어’다. 사회복지협의회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7곳에서 복지 수요자를 찾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매년 수천건이 나온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복지 프로그램도 많고 기업도 공헌하고 있지만 (복지 대상자까지) 전달하는 경로가 복잡해 똑똑하지 않으면 찾아서 받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번 동사무소를 찾아가 퇴짜를 맞으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볼 생각 않고) 포기하곤 한다”면서 “호주에서 운영하는 ‘센터 링크’처럼 복지 관련 각종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면서 수요자가 더 만족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세계은행(WB) 경제조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사회개발부문 부원장을 거쳐 13~15대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1993~1995년)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