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상자가 그 지역에 주소를 두고 있어서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찾아내거나 통장·반장 등 이웃 주민들이 동네에 어려운 이웃이 있다고 알리는 것, 다른 하나는 당사자가 직접 지자체에 신청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신청주의’는 도움이 필요하면 스스로 신청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현실은 다르다. 65세 이상 노인 대상 기초연금만 해도 지난해 12월 기준 수급 대상자는 618만4500명인데 실제 수급자는 597만3000명. 20만명 넘는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신청하지 않고 있었다.
따라서 당사자가 먼저 손 내밀지 않고, 사회가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지 않으면 고립과 배제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대상자 본인이 정보 부족으로 해당 정책이 있는지도 모를 땐 신청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한 ‘배제’는 개인 삶의 불안정성과 고독, 소외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생활고로 세 모녀가 함께 생을 마감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에 힘쓰겠다”고 해왔지만 여전히 신청주의가 지닌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구멍 난 발굴 체계 빈틈을 메우는 동시에 지속적이고 세세한 정책 홍보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진희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책임을 지자체 (담당) 공무원에게만 돌리면 업무가 너무 과다해져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정된 인력이 지역을 구석구석 다 돌며 위기 가정을 모두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수원 세 모녀처럼 거주지에 전입신고도 하지 않았다면 파악하는 게 더 어렵다는 얘기다. 현 교수는 “학교나 병원, 언론·방송 등 소외 계층이 살면서 접하는 모든 동선에 ‘정보 그물망’을 촘촘히 깔아 도움을 신청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수원 세 모녀가 방문했던 병원에서 이를 눈여겨보고 후속 조치가 들어가게 안내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현 교수는 “병원에선 주치의나 원무과 직원 등 누군가는 이들 사정을 눈치챘을 것”이라며 “종합병원 이상 상급 의료기관에는 의료사회복지사가 상근하고 있다. 누구든 어려운 환자를 발견했을 때 의료사회복지사에게 의뢰하면 정신건강 상담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과도 협력해 환자들이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이들을 적극 활용하면 이번과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병원비를 충당할 수 없는 경우 우선 국가가 지급하고, 추후 환자나 가족 소득에 따라 청구하는 ‘위기 가정 병원비 국가우선책임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독일 등 유럽 사회보장제도처럼 병원비는 국가가 전액 부담하고, 노동력이 없으니 최저 생계비를 지급한 뒤 다른 재산을 압류당하더라도 최저 생계비는 보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의 출발은 삶을 유지하는 ‘사회보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