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강보험료율이 올해보다 1.49% 인상된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오후 건강보험 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2023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이 같이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올해 6.99%에서 내년 7.09%로 0.1%포인트(p) 인상된다. 이로써 건보료율은 2000년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지역·직군별 의료보험이 단일보험으로 통합된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7%대를 넘게 됐다.
직장인의 경우 건보료 절반은 본인이, 나머지는 회사가 낸다. 이번 인상으로 직장가입자 월평균 보험료(본인 부담)는 올해 14만4643원에서 내년에는 14만6712원으로 2069원 늘어난다. 연간 2만5000원 정도다.
월급이 500만원이라면 월 17만7250원, 400만원이라면 월 14만1800원, 300만원이면 10만6350원 건보료를 부담하게 된다.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본인이 전액을 낸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은 현행 205.3원에서 내년 208.4원으로 오른다. 이에 따라 지역가입자 월평균 보험료(세대 부담)는 10만5843원에서 10만7441원으로 1598원 늘어난다.
건정심은 복지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으며 가입자 위원, 공급자 위원, 공익위원 각 8명씩 25명으로 구성된다. 보통 의견 조율 뒤 투표를 거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입자, 공급자, 공익위원 간 합의에 의한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건보료율 7%대 돌입’은 사실상 예견된 인상이었다. 지난 정부는 2017년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도입하면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건보료율을 매년 2~3%씩 올렸다. 박근혜 정부(2013~2017년) 때 건보료율 최대 인상 폭이 2014년 1.7%이고, 2017년 건보료율은 동결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정부 들어 가장 소폭 늘어난 올해 인상률도 코로나로 인한 사회·경제적 어려움 등을 감안해 앞서 계획한 인상률보다 낮게 정한 것이다.
정부는 “2023년에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 영향이 본격 반영돼 내년 기준 보험료 수입은 약 2조3000원 감소가 예상되고, ‘소득세법’ 개정으로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이 줄어드는 등 건강보험 수입 기반이 감소했으며, 필수의료 체계 강화,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 확대 등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지출 소요가 있어 예년 수준의 인상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했다.
“그러나 물가 등으로 인한 국민의 보험료 부담 여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1.49% 인상하기로 했다”며 “이와 동시에 강도 높은 재정 개혁을 추진해 재정 누수를 막고 건강보험 재정이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재 국민이 받고 있는 건강보험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정 지출이 예상보다 급증하는 항목 재점검, 과다한 의료 이용 및 건강보험 자격도용 등 부적정 의료 이용 관리, 외국인 피부양자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재정 과잉과 누수를 막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건보 부과체계 개편과 소득세법 개정으로 인한 건보 수입 감소 요인이 있고, 수가 인상과 필수의료 시행 등의 지출 증가 요인이 있다”며 “무분별한 보장성 강화 정책과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건보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이를 줄일 방안 마련과 신규 재원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현재 건보는 20조원 정도의 적립금이 있지만 ‘문재인 케어’ 등으로 의료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적립금이 줄어들어 2029년이면 바닥날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해 국내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된 의료비(요양급여 비용)는 총 95조4000여 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0.2% 늘었고, 올해는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