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두 번째 원숭이두창 환자가 확인됐다. 감염자가 증상 발현 닷새 후에야 자진 신고를 통해 의심 환자로 분류돼, 당국 의료 방역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원숭이두창 두 번째 확진자 A씨는 지난달 18일 유럽을 방문한 뒤 입국한 내국인으로, 귀국한 지 16일 뒤인 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입국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지만 같은 달 28일 발열·두통·어지럼을 느꼈다. 8월 30일엔 피부의 국소 통증으로 동네 의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이때도 발진·수포 등 대표적인 원숭이두창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 A씨는 유럽 방문 이력을 별도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병원 방문 이틀 뒤 A씨는 보건소에 원숭이두창 감염 여부를 문의했고, 방역 당국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3일 원숭이두창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원숭이두창은 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되므로 지역 감염 우려가 낮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입국 후 2주 후, 첫 증상 발현 5일 후에야 자진 신고를 통해 의심환자로 분류된 것이다.
A씨의 입국과 확진 사이 보름가량의 시간 차가 발생한 가장 큰 요인은 긴 잠복기다. 원숭이두창의 잠복기는 평균 6~13일로, 감염 후 최장 3주가 지난 뒤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긴 잠복기 때문에 무증상 상태로 검역망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증상 발생 이후 A씨가 방문한 의료기관이 원숭이두창 감염 가능성을 놓친 점도 문제다. 방역 당국은 지난 6월 말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DUR(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과 ITS(해외여행력 정보 제공 시스템)를 연계해 원숭이두창 발생 빈발 5국(영국·스페인·독일·포르투갈·프랑스) 여행력을 의료기관에 제공해왔다. 하지만 A씨를 진찰한 의료기관은 “환자가 해외여행력을 설명하지 않아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피부 국소 통증을 호소해 여기에 대한 진료를 했다”는 입장이다.
A씨가 의심 환자로 분류되지 못한 2주일 남짓 동안 A씨가 만난 접촉자는 총 1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가족·친구 2명이 중위험 접촉자로, 의원·약국 등에서 만난 13명은 저위험 접촉자로 분류됐다. 고위험군(동거인·성접촉자)은 없었다. 중위험 접촉자는 최종 접촉일 이후 21일까지 관할 보건소의 능동 감시를 받게 된다. 국내 첫 확진자의 경우 중위험 접촉자와 저위험 접촉자가 각각 8명, 41명 확인됐지만 모두 별다른 의심 증상 없이 모니터링이 종료됐다. 방역 당국은 “의료기관 등에서 적절한 보호구를 착용했고 주된 감염 경로인 체액이 직접 노출됐을 가능성은 낮아 저위험으로 분류했다”며 “지역사회 일상 접촉을 통한 원숭이두창 전파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