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20~40대의 대장암 발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4일 대한대장항문학회가 밝혔다.

그간 한국인의 대장암 발생률이 세계 1위라는 조사 결과는 여러 기관을 통해 나왔지만, 20~40대를 따로 분석해 순위를 매긴 것은 처음이다.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율 증가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까지 포함한 이른바 ‘젊은 대장암 환자’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콜로라도대 안슈츠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최근 국제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9세의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국 중 1위로 나타났다. 2위 호주가 10만명당 11.2명, 3위 미국과 슬로바키아가 각각 10만명당 10.0명이었다. 우리나라는 20~40대 대장암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도 4.2%로 가장 높았다.

과거 대장암은 미국·유럽 등 서구권에서 발생률이 높았지만,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발생률이 빠르게 올라갔다. 특히 50대 이상뿐만 아니라 최근 2049 세대의 ‘젊은 대장암’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짧은 기간에 서구화된 식습관, 젊은 층의 비만·만성염증 등 증가, 경각심 부족에 따른 초진 지연 등이 꼽힌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일본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 젊은 층은 가공육과 붉은 육류, 특히 바싹 익히거나 탄 음식 등을 섭취하는 비율이 더 높다”면서 “서구 국가 젊은 층에 비해 운동량이 적다는 점도 위험 요소”라고 했다.

보통 젊은 층은 복부 통증 등 대장암 의심 증상이 있어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고령층에 비해 많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엄준원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고려대 안산병원 교수)은 “50세 이하 대장암 환자는 첫 증상이 나타나고 첫 진료를 보기까지 평균 217일이나 걸린다는 미 외과 저널 연구 결과도 있다”며 “50세 이하라도 혈변, 빈혈, 복통, 가늘어진 변 등 관련 증상이 나타나면 대장암 검사를 받아야 하고, 가족력이 있으면 45세 이전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그나마 외국보다는 우리나라 젊은 층의 대장 내시경 검사 비율이 높고 검진 체계가 잘 마련돼 있어 더 이른 나이에 대장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국가 암 검진에서 위 내시경 검사는 40대 이상이면 2년에 한 번씩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장 내시경 검사는 50대 이상이 ‘분변 잠혈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날 때에 한해 받을 수 있다. 중앙암등록본부의 지난해 말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국내에서 진단한 25만4718건의 암 가운데 2만9030건(11.4%)이 대장암이었다. 우리나라에서 2020년 기준 대장암 사망률은 10만명당 17.4명으로 15년 전인 2005년(12.5명) 대비 39% 증가했다. 위암(14.6명)을 제치고 폐암(36.4명)·간암(20.6명)에 이어 3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