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유행 이후 서울 지역 초·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이 올라갔으며 지난해 기준 초등학교 4학년생 5명 중 1명, 중학교 1학년생 6명 중 1명은 고혈압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수업과 거리 두기 등으로 활동량이 감소하고 식습관이 바뀌면서 청소년 비만율이 높아진 건 앞선 정부 조사 등에서도 나타났는데, 혈압·혈당·콜레스테롤·간수치 등 주요 만성질환 위험 지표도 함께 나빠진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이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에게 제출한 2017~2021년 학생건강검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서울 초등학생의 비만율은 19.5%, 중학생 19.4%, 고등학생 23.6%였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초등학생은 4.5%포인트 올랐고, 중학생은 3.9%포인트, 고등학생은 0.3%포인트 상승했다. 초·중·고 학생 중 고혈압 비율은 지난해 14.3%로, 2019년 대비 0.4%포인트 올랐는데, 초등학교 4 학년(18.4%)에서 3.0%포인트, 중학교 1학년(15.9%)에서 2.5%포인트 증가했다. 오상우 동국대 의대 교수는 “고혈압·고혈당 등을 방치하면 성인병이 찾아오는 시기가 20~30대로 앞당겨질 수 있다”며 “소아·청소년 비만이 성인기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자료는 서울 시내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다. 작년에는 초등학교 31곳(3939명), 중학교 30곳(2265명), 고등학교 40곳(2786명)이 조사 대상이었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성별·연령별 상위 5%에 속하는 경우다. 또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성별·연령별·신장 대비 상위 5% 이내일 때 소아·청소년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조사 결과 비만율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당뇨·지방간 등 성인병 위험 신호가 나타난 비율도 현저히 올랐다. 비만 학생만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한 결과, 이 중 고혈당(혈당 126mg/dL 이상)인 비율은 32.6%로, 2019년 대비 11.4%포인트나 올랐다. 비만 학생 중 고콜레스테롤혈증(총콜레스테롤 수치 200mg/dL 이상) 비율은 58.0%로 같은 기간 8.4%포인트 증가했고, 간수치 상승(AST 또는 ALT 45IU/L 초과)이 나타난 비율은 18.7%로 5.2%포인트 올랐다.
이 결과는 서울 지역 학생에 한정됐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기 비만 증가가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성인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작년 전국 중·고등학생 비만율이 남학생 17.5%, 여학생 9.1%로, 2019년과 비교해 각각 3.7%포인트, 1%포인트 올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오상우 교수는 “이러한 지표가 개선되지 않고 10~20년간 지속될 때 동맥경화나 당뇨병 등으로 발전하게 된다”며 “방치할 경우 10~20년 후에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생활 습관 지도 등을 통해 성인보다 쉽게 비만을 교정할 수 있는 소아·청소년 시기에 비만을 고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신현영 의원은 “소아 비만이 성인 만성질환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학교에 건강 프로그램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질병을 추적·관리하는 등 국가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