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모든 실내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코로나 유행이 소강 상태를 보인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일부 장소만 빼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때”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올겨울 독감 유행이 지나고 나서 완화해도 늦지 않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16일 질병관리청이 OECD 38국 중 취합 가능한 19국을 조사해보니,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혀 없는 곳이 미국·덴마크·슬로베니아·튀르키예·프랑스·헝가리·네덜란드 등 7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2국도 의료·복지 시설과 대중교통 등 일부 장소를 제외하면 공항·민간사업장·스포츠경기장·종교시설 등 대부분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었다. 독일은 의료·사회복지 시설과 대중교통은 마스크 착용이 의무지만 나머지는 자율이고, 이탈리아도 의료시설과 대중교통만 의무였다.
질병청 조사에서 빠진 영국·스페인·벨기에·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 등 나머지 OECD 국가들도 의료 시설 등 극히 일부 장소에서 의무이거나 ‘호흡기 질환이 의심될 때’ 등에 한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권고였음에도, ‘마스크가 예의’라는 문화로 인해 여전히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는 경우다. 캐나다 정부 홈페이지에서는 “마스크 착용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라며 “마스크를 쓰든 안 쓰든 타인의 선택을 존중해 달라”고 공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작년 말 델타 사태를 넘긴 뒤 올 초부터 오미크론으로 전환돼 치명률이 낮아지자 속속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했다. 최근 재유행이 소강 상태를 보이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마스크 착용 의무도 거의 없앴다. 호주는 지난 9일부터 국내선과 호주행 국제선 항공편에서 기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코로나 규제를 유지해온 뉴질랜드도 지난 13일부터 의료·양로 시설을 제외하고 실내를 포함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일괄 해제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마스크 등 규제 완화 발표 회견에서 “오늘 우리의 (코로나) 대응 체제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5월 2일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건물 내부와 대중교통,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실외 집회·공연·스포츠경기에 대해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했다. 하지만 식당, 카페 등에서는 입장 때를 제외하곤 거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어 ‘마스크가 사실상 통행허가증 역할만 하고 있다’는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환기가 제한적인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면 비말을 차단해 호흡기 질환이 줄어든다는 것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올겨울 코로나와 다른 호흡기 감염병이 함께 유행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된 후 실내 마스크 의무제를 해제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반면,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최근 유럽 호흡기학회를 다녀왔는데 각국 의사들이 실내에 모여 강의와 토론을 하면서도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며 “우리나라도 일상적 대응 체계 전환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중교통과 의료·복지 시설 등 일부만 마스크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일괄 해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