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남원순창임실 지역위원회 관계자 등이 19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남원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전북 지역 정치인과 주민들은 19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2018년에 한 ‘전북 남원 공공의대 설립 약속’을 올해 안에 반드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대로 2018년 폐교한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을 이양해 전북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치하라는 것이다.

최근 지역 내 의대를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국회의원들 간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북 남원뿐 아니라 전남 목포·순천·여수, 경남 창원, 경북 안동·포항, 충남 공주, 부산 기장, 인천 등이 의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각 지자체는 ‘낙후된 의료 인프라 개선’을 명분으로 삼고 있고, 다음 총선을 1년 6개월여 앞둔 정치인들은 의대 유치를 ‘지역 일꾼’ 이미지를 심는 카드로 활용한다.

하지만 기존 의대 정원 확대가 아닌 공공의대 신설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아직은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의료계 반발도 거세다. 의료계는 “공공의대 신설로는 결코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결국엔 막대한 예산 낭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박한다. 부속 병원 등 기반 시설과 충분한 교수 인력 확보 없이 의대만 신설했다간 제2의 서남의대 폐교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19일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의대 신설 관련 법안만 11건이다. 이 중 6건은 특정 대학이나 지역을 명시하고 있고, 여야 할 것 없이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직접 나섰다.

지난 5월 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목포의대 설치 특별법’을 발의한 데 이어 지난달엔 ‘전라남도 내 의대 설치 특별법(민주당 소병철 의원)’, ‘공주의대 설치 특별법(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잇따라 발의됐다. 이 밖에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창원의대 설치 특별법’, 같은 당 전봉민 의원 등 부산 지역 의원 10명은 ‘한국방사선의대 설립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과 민주당 김성주 의원 등 전북 지역 의원들은 ‘남원 의대’,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 등은 ‘안동 의대’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법안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주로 공공의대 설치 예산 등을 국가가 지원하고,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역 의료기관 등에서 의무 복무하는 조건이다.

법안에 따라 의대를 신설할 경우엔 연평균 약 100억~45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강기윤 의원의 ‘창원의대 특별법’은 8년간 3666억원(연 458억원), 소병철 의원의 ‘전남 지역 의대 특별법’은 10년간 최소 3042억원(연 304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용호·김성주 의원 법안에 따라 입학 정원 49명 수준의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데도 7년간 약 1334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 정원 증원을 여전히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공공의대 문제는 2020년 9·4 의정(醫政) 합의에 따라 코로나 안정화 이후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각 지역 의대 설치 법안과 관련해선 “지역 간 의료 격차 문제는 정부 의사 인력 수급 정책과 지역의 열악한 진료 환경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며 “의대 졸업생이 10년 의무 복무 기간 종료 후 해당 지역에서 계속 활동할지 불명확하고, 의무 복무 강제 자체도 위헌적”이라고 했다. 공공의대 신설이 아니라, 지역 의료기관 지원 강화 등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 전 연세의료원장은 “공공의대를 만들고 의사 수를 늘려도 강제 배치로 원치 않는 곳에서 일하는 의사는 오래 남을 가능성도, 열심히 일할 유인도 낮다”며 “의사 쏠림 현상을 막고 지역·필수의료를 지키려면 의사들이 스스로 그 길을 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안덕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현재 정원 50명 미만 ‘미니 의대’가 10곳이 넘는데, 의대 신설 비용과 의사 배출에 걸리는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의대 신설보다는 기존 미니 의대 중 재원이 탄탄한 곳이나 특수 목적을 수행할 의대의 입학생을 일부 늘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