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용산구보건소 코로나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전국 17개 시·도 만 5세 이상 9901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로나 항체 양성률 조사’ 결과, 전 국민의 97.38%가 코로나 항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방역 당국이 밝혔다. 자연 감염이나 백신 접종을 통해 국민 대부분이 코로나 항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에 자연 감염돼 항체가 형성된 비율(57.65%)이 코로나 누적 발생률(조사 직전 시점 기준·38.15%)보다 19.5%p 높게 나타났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전 국민의 약 20%가 무증상 등으로 검사·진단을 통해 확진 판정을 받지 않고 지나간 ‘미진단 감염자’라는 뜻”이라고 했다. 코로나에 감염됐지만, 검사를 받지 않아 확진자로 분류되지 않은 이른바 ‘숨은 감염자’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항체 양성률 조사는 질병관리청, 한국역학회, 지역사회 민·관 의료기관 등이 합동으로 지난 8∼9월 전국 17개 시·도 만 5세 이상 대표 표본 9901명을 조사한 결과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 국내 유행 이후 처음 진행한 대규모 항체 양성률 조사로, 혈액 검사를 통해 항체 보유 여부를 확인했다.

연령대별로는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5~9세(79.55%), 10~19세(90.63%)가 항체 양성률도 낮게 나타났다. 반면 60대(99.35%), 70대(99.30%), 50대(99.15%)는 항체 양성률이 99%가 넘었다. 이밖에 20대는 98.98%, 40대 98.69%, 80대 이상 97.88%, 30대는 97.76%로 나타났다.

코로나에 감염됐지만 진단을 받지 않거나 무증상 감염된 ‘숨은 감염자’는 40~50대에서 특히 높았다. 전 연령대 평균은 19.5%였지만, 50대는 27.7%, 40대 24.8%, 60대 22.7%였다. 40~50대에서 감염 사실을 숨긴 채 직장 출근 등 경제활동을 한 사례가 많았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권준욱 원장은 “이 연령대 일부는 증상이 있어도 신고하고 격리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그냥 (검사를 안 받고) 지나갔을 수 있다. 경제활동 인구이고 가정을 책임지는 그룹이라 그런 행태를 보였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80대 이상은 5.4%로 가장 낮았다. 30대(13.8%), 10대(15.4%), 70대(17.9%)도 낮은 편이었다. 5~9세(18.2%), 20대(20.2%)는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역별 분석 결과에서는 부산과 제주도의 미확진 감염 비율이 각각 28.8%, 27.1%로 높게 나타났다. 이밖에 전남(22.4%), 경남(22.2%), 경북(22.1%), 서울(20.2%), 충북(19.6%), 대전(19.4%), 대구(19.3%), 강원(19.1%), 경기(18.2%), 세종(17.5%), 충남(16.9%), 전북(15.9%), 인천(15.7%), 광주(12.8%), 울산(11.5%) 순이었다.

방역 당국은 “높은 백신 접종률과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인해 전체 항체 양성률이 대단히 높게 나왔고, 적극적인 방역 정책의 결과 우리 사회 ‘숨은 감염자’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고 해석했다. 다만 “전체 항체 양성률이 높다는 것이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항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실되고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다”며 “코로나 면역 형성을 위해 고위험군은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