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코로나 항체 형성률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숨은 감염자’가 약 1000만명으로 추산되면서 코로나가 지나간 뒤 발생하는 장기 후유증(롱코비드)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특히 4050세대에서 숨은 감염이 가장 많아 해외 사례처럼 전반적인 노동력 감소도 우려된다. 성인과 마찬가지로 롱코비드를 앓는다고 알려진 소아·청소년들의 건강관리에도 주의보가 켜졌다.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인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5일 본지 통화에서 “항체 형성률 조사를 계기로 현재 진행 중인 롱코비드 연구들을 포함해서 롱코비드의 실체와 영향을 규명하는 작업이 한층 중요해졌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에 감염됐던 아이들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중년층을 포함해) 다른 합병증에 추가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얼마인지를 향후 1~2년에 걸쳐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하반기에 진행하는 국민 1만여 명 대상 롱코비드 조사에서도 일반 성인뿐 아니라 소아·청소년들이 조사 대상으로 포함됐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 발병 3개월 이내에 시작돼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되는 증상을 롱코비드로 정의한다. 연구 대상 집단에 따라 환자의 최소 10~20%에서 최대 60% 정도까지도 롱코비드로 분류된다. 무증상을 포함해 증상의 중증도나 입원 여부와 무관하게 다양한 롱코비드 증상을 경험한다. 영국 버밍엄대 연구팀이 지난달 발표한 코로나 확진자 48만명 대상 조사에서는 탈모와 성욕 감퇴를 포함해 롱코비드로 판정되는 증상이 총 62종에 달했다. WHO가 공인한 33종에 비해 2배가량으로 늘어난 것이다. 후각 상실과 미각 변화, 숨참·기침·재채기·흉통, 근육·관절통과 두통, 피로·설사 등도 흔한 증상이다.
문제는 기저질환 발생이 많은 중·장년 세대에서 ‘숨은 감염’이 다수 확인됐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이 9901명을 분석해 지난 23일 내놓은 ‘항체 양성률 1차 조사’ 결과에서 미확진 감염자 비율은 사회 활동이 활발한 50대(27.7%)와 40대(24.8%)에서 가장 많았다.
코로나 합병증이 기저질환을 심화시키는지는 명확히 규명된 바 없지만 일부 경향성은 드러나고 있다. 앞서 정진원 중앙대 교수팀이 2020~2021년 코로나 회복 환자 130명의 폐 기능을 추적해보니 104명(80%)은 폐렴이 관찰됐다. 이 조사 대상자들은 평균 연령 63.5세에, 기저질환으로 고혈압(41.8%), 당뇨병(24.8%), 심혈관계 질환(14.0%) 등을 앓고 있었다. 지난 12일 발표된 미국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 조사에서는 코로나에 걸린 미 노동자 약 50만명이 노동 시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로 인해 미국 성인의 0.2%에 해당하는 노동력이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지난 8월 미국 노동 참여율(62.4%)이 코로나 유행 전인 2020년 2월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롱코비드를 간과하면 향후 영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가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코로나 사망률은 줄어들고 증상도 경미한 편이다. 하지만 해외 연구에서는 소아·청소년층에서도 롱코비드 연관성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독일 에어랑엔 대학병원 연구팀이 지난해 8~12월 5~18세 코로나 감염자 54명을 조사했더니, 25명(46%)이 폐 손상 등 롱코비드 환자로 분류됐다. 홍콩 프린세스마가렛 병원에서도 올 들어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한 어린이 130명을 진료한 결과 약 10분의 1이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두통, 불면증, 숨 가쁨, 피로, 기침, 근육통 등 롱코비드 의심 증상을 보였다.
특히 코로나를 앓았는지 모를 정도로 무증상이나 경미하게 지나간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흔한 롱코비드 증상인 피로와 무기력증은 일상적인 컨디션 난조와 오인될 가능성이 높다. 차움 롱코비드 회복 클리닉 조아라 교수는 “평소 피로감이 없던 사람이 코로나 감염 이후 피로감을 새롭게 경험한다거나 피로 정도가 악화됐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기침, 호흡 곤란, 흉통,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폐 섬유화 여부와 폐색전증, 심근염 등의 질환인지를 감별하기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각종 통증과 피로감, 후각 상실, 미각 변화, 어지럼증 등도 심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심폐 재활 운동을 통해 심폐 능력을 향상시키면 빠른 일상 회복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