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향, 멘톨향 등이 첨가된 가향 담배가 첫 흡연 시도를 쉽게 만들고 금연은 어렵게 만든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27일 연세대 김희진 교수 연구팀이 실시한 ‘가향담배 사용현황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가향 담배 사용 실태 파악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만13~39세 1만3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가향 담배는 담배의 독하고 매캐한 향 대신 특정한 맛과 향이 나도록 설탕 및 감미료, 멘톨, 바닐린, 계피, 생강 등을 첨가한 제품이다.

이번 조사에서 젊은 층의 가향 담배 선호도는 5년 전에 비해 더욱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참여자 중 현재 흡연자(궐련 및 전자 담배 흡연)는 5243명이었는데, 이 중 가향 담배를 사용하는 비율이 77.2%에 달했다. 지난 2016년 조사 때 64.8%였던 가향 담배 사용 비율이 5년만에 12%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만 13~18세 청소년 흡연자 중 가향 담배 사용 비율이 85.0%로 높게 나타났다. 만19~24세에서는 80.1%, 만25~39세는 74.5%였다. 성별로 보면 현재 흡연자 중 가향 담배 사용률은 여자가 78.4%로, 남자 75.9%에 비해 소폭 높았다.

특히 가향 담배는 첫 흡연 시도 문턱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을 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6374명) 중 67.6%가 “가향담배가 흡연을 처음 시도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 응답한 것이다. “영향이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32.4%)의 두 배 이상이다.

또,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경우 담배를 끊지 못하고 계속 피울 확률이 높았다. 가향 담배로 처음 흡연을 시도한 경우, 비가향 담배로 시도한 경우보다 현재까지 흡연자일 확률이 1.4배(남자 1.6배, 여자 1.3배) 높았고, 가향 담배 흡연을 지속할 확률도 10.9배(남자 11.4배, 여자 10.3배) 높았다.

‘가향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연구에서는 비흡연자의 95.5%, 비가향 담배 흡연자의 93.1%, 가향 담배 흡연자의 92.0%가 가향 담배가 해롭다고 답한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비흡연자의 89.1%, 비가향 담배 흡연자의 77.6%, 가향 담배 흡연자의 79.7%가 해롭다고 답한 것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연구 결과 가향 담배가 첫 흡연 시도를 쉽게 하고 흡연을 지속하도록 유인한다”며 “특히 청소년들로 하여금 흡연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쉽게 흡연을 시작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관련 규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가향 담배의 위험성을 밝힌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서 만12~17세 청소년 1096명 대상으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추적 조사한 연구에서는, 멘톨 담배를 사용한 경우 더 자주 흡연하는 흡연자가 됐고 니코틴 의존도도 10% 더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가향 담배 위험성을 고려하면 가향 담배에 대한 국내 규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내 가향 담배 규제로는 ‘가향물질 함유 표시 제한’ 뿐인데, 담배 포장이나 광고에 가향 물질을 표시하는 문구나 그림, 사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해외에선 가향 담배 퇴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2009년 시행된 담배규제법에 따라 궐련 제품에 멘톨을 제외한 가향 물질을 첨가하는 것을 금지해왔는데, 오는 2024년까지 멘톨을 포함한 모든 가향 담배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의 경우 2017년부터 캐나다 전역에서 궐련과 시가 등 제품에 가향 물질 첨가가 금지됐다. 유럽연합도 2016년부터 궐련 등에 가향 물질 첨가를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