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시행 5년 동안 2·3인 상급 병실료를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해준 금액이 785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저소득층 위주로 고액 병원비를 국가가 보조해 주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5년간 330억원에 그쳤다. 시급성이 떨어지는 부문에 재원 투입이 많은 반면 저소득층 등 지원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건보 보장성 강화에 따른 연도별 집행액’ 자료에 따르면 2017~2021년 문재인 케어 총지출액은 18조5963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1842억원에서 시작해 매년 지출이 늘면서 작년 한 해에만 6조4956억원이 지출됐다.

문재인 케어를 대표하는 상복부·하복부 등 초음파 급여화에 5년간 1조8155억원, 뇌·뇌혈관 등 각종 MRI(자기공명영상)에 9942억원이 들어갔다. 초음파·MRI를 비롯해 건보가 보장하는 진료 행위들을 계속 확대해 나가는 ‘비급여의 급여화’ 부문에만 5년간 7조1840억원이 들어갔다.

또 다른 부문인 ‘3대 비급여 해소’ 정책에는 4조6933억원이 들었다. 3대 비급여 해소는 진료·입원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온 선택 진료 폐지, 상급 병실 급여화, 간호 간병 병상 확대를 말한다. 건보 혜택을 주지 않던 2·3인실 사용료를 2018년부터 30~50%만 개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보에서 내주도록 하면서 5년간 7855억원이 투입됐다.

선택 진료 폐지에도 5년간 2조1713억원이 소요됐다. 2017년까지는 대형 병원 등에서 환자가 의사를 선택해서 진료받는 대신 진료 항목별 15~50%의 추가 비용을 자부담으로 냈다. 하지만 2018년 선택 진료가 폐지돼 자부담이 줄어들게 되면서 경증 환자들도 대거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다. 대형 병원 등에 정부가 수가 인상과 추가 지원금 등으로 선택 진료비 폐지로 인한 손실을 보상해 주느라 대규모 재정이 소요됐다.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의료비 자체가 증가하면서, 저소득층 등의 의료비 경감 혜택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 2조2218억원의 ‘의료 안전망’ 부문 가운데 재난적 의료비 지원액은 5년간 330억원(건보 재정 기준)에 그쳤다. 이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비급여 의료비의 50~80%를 3000만원 한도로 지원하는 제도다. 재난적 의료비는 건보 재정 외에 복지부 일반 회계와 기획재정부 복권 기금 등에서도 지원되는데,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사업 총액이 2016년 550억원에서 2019년 496억원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줄었다.

또 건보가 적용된 진료 행위를 대상으로 연간 일정 수준을 넘는 본인 부담액을 없애주는 본인부담 상한제에서 5년간 2조1887억원이 지출됐다. 이는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 상한을 낮춰준 제도 개편 영향도 있지만, 지난 정부에서 비급여 증가 억제에 실패한 가운데 동시다발로 급여화가 진행되면서 건보가 감당해야 하는 규모 자체가 커진 탓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약계층 부담 경감’ 부문(총 3조4306억원)에서는 여러 항목들에서 시급성·효과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아동 치아 레진 충전 치료, 노인 임플란트 등도 여기 포함됐다.

문 케어 시행으로 관련 기관들 인건비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장성 강화 정책 관련 부서 인원은 2017년 65명에서 올해 134명이 돼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종성 의원은 “문재인 케어로 건보 재정이 크게 악화되고 국민들 보험료 인상 부담이 커졌다”며 “일부 의료비 경감은 ‘줬다 빼앗은’ 것에 불과하고, 막대한 재정 부담을 미래 세대에 지운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6.12%였던 건보료율이 2023년 7.09%로 오른 데 이어, 수년 이내에 법정 상한(8%) 이상으로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