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후 응급실 전체 이용자는 줄었지만 응급실에 갔다가 1주일 안에 숨진 사람은 사태 전보다 3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의료 역량이 코로나에 집중되고, 응급실이 코로나 환자들로 가득 차면서 위급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종합병원 응급실 입구. /연합뉴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코로나 발생 전후의 응급의료이용 변화’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 첫해인 2020년 응급실 방문 건수(413만3723건)는 코로나 이전인 2018~2019년(평균 535만4684건)보다 22.8% 줄었다. 코로나가 거세게 퍼졌던 2020년 12월에는 41.7%나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반면, 응급실 방문자 10만명당 1주일 내 사망한 사람은 2018~2019년 평균 1246명에서 2020년 1652명으로 32.6% 증가했다. 그중 만 14세 미만은 사망률이 99% 늘어 어린 세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세 이상 사망률은 21.7% 늘었다. 연구진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감염병이 발생하면서 병상, 인력에 의료 기술까지 코로나 환자에게 집중돼 ‘비(非)코로나’ 응급 환자에 대한 관리 사각지대가 생겼다”며 “전체 보건의료제도의 회복력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고, 향후 또 다른 감염병이 유행하더라도 이 같은 의료적 한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확산 이후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진료 전에 PCR(유전자 증폭) 검사 등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응급실 내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시급한 환자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 밖 구급차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했다. 고열을 동반한 산모나 소아 등이 특수 병상 부족으로 길바닥을 전전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아예 응급실을 찾지 않는 사람이 늘었다. 증상이 코로나와 상당 부분 유사한 급성 인두편도염(-50.4%), 급성 상기도 감염(-63.0%) 환자가 많이 줄었다. 반면, 중증 외상 환자(-20.8%)나 급성 심근경색(-4.3%), 출혈성 뇌졸중(-4.6%) 환자의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응급실 방문자의 사망률이 높아진 것과 관련, 비코로나 응급 환자에 대한 의료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로 인해 응급실 방문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제한되면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중병을 고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필수 의료 분야 접근성까지 떨어진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병·의원에서는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코로나와 증상이 비슷한 고열 환자의 진료를 거부했고, 확진자가 발생해 병원이 일시 폐쇄되면서 예정돼 있던 수술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경우도 생겼다.

소아감염병 전문의인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코로나 유행 당시 코로나 이외 응급 환자에 대한 진료도 충분히 보장됐어야 한다”며 “정부가 방역 조치를 엄격히 적용하다 보니 비코로나 환자 진료를 등한시했고 촌각을 다투는 응급 환자들한테 진료 기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억울한 죽음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도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엔 확산 방지가 시급하지만 의료 서비스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번 코로나 시기 의료 이용량 감소 원인을 파악해 향후 또 다른 감염병 확산 때 의료기관의 진료 공백 보강 조치 마련에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