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뇌졸중 치료제로 쓰이는 ‘정맥 투여용 혈전용해제(tPA)’가 내년 초 글로벌 공급 부족 현상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 차원에서 물량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내년 초까지는 국내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조사와 함께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액티라제 주사 앰플.

뇌졸중은 암·심장질환·폐렴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4위 질병이다. 뇌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돼 손발 마비, 언어 장애, 호흡 곤란 등이 발생한다.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나뉜다. 국내에서만 매년 약 10만5000명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고 1만4000명이 세상을 떠난다.

국내에서 쓰이는 뇌졸중 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액티라제’(주사제)다. 급성 뇌졸중 환자 최초 증상 발현 후 4시간 30분 이내 처방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다. 환자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血栓)을 녹이는 작용을 한다.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 등이 있지만,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승인한 뇌졸중 치료제는 이 약뿐이다.

그런데 베링거인겔하임이 지난 8월 성명을 통해 “생산량을 대폭 늘렸지만, 글로벌 수요 증가와 독일 내 제조 공장 사정으로 인해 더 이상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히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후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달 23일 EU 회원국 관련 학회에 “2024년까지 액티라제 부족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급성 뇌졸중 치료 등 중증·응급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재고분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3년 내 새로운 제조 공장을 설립하기 전까진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연간 액티라제를 통해 뇌졸중 응급 치료를 받는 환자 규모는 연간 8000~9000명. 공급 대란이 발생하면 이들이 치명타를 입게 된다. 대한뇌졸중학회는 “내년 초 국내 도입 물량이 얼마나 될지 현재로선 불확실한 상태”라며 ‘각국 경쟁이 가시화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물량 확보가 시급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최근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에 발송했다.

식약처는 일단 다음 달 국내로 들어오는 액티라제 물량을 감안하면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공급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서울의대 신경과 교수)은 “한 제조사 제품을 전 세계가 나눠 갖는 구조이기 때문에 코로나 백신처럼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나서 서둘러 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나중엔 손도 못 써보고 환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뇌졸중은 증상 발현 4시간 30분이 ‘골든타임’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 등이 점점 심해지는 다른 질환과 달리 뇌졸중은 갑자기 안면 마비, 언어 장애, 어지럼증 등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 증상이 완화돼도 재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번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대한뇌졸중학회 홈페이지에서 주소지 근처 뇌졸중센터를 검색할 수 있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선 고혈압, 당뇨, 심장 질환, 고지혈증, 비만 등을 조심해야 하고, 금주·금연·저나트륨식이 권장된다.

특히 겨울철엔 낮은 기온으로 혈관이 수축돼 뇌졸중 위험이 더 커진다. 정종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실내외 온도 차에 따른 체온 변화가 발생하고, 체내 혈액순환과 혈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추운 날씨에는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따뜻한 복장으로 외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