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서 급속도로 확산 중인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BQ.1과 BQ.1.1이 국내에서도 빠른 전파 속도를 보이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하위 계통인 BF.7, BA.2.75, BA.2.3.20도 꾸준히 검출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올겨울 7차 대유행은 특정 변이가 아닌 다양한 변이가 동시다발로 창궐하는 ‘변이 춘추전국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단 그 선두엔 BQ.1과 BQ.1.1이 있다. BQ.1은 ‘티폰’(Typhon), BQ.1.1은 ‘케르베로스’(Cerberus)로 불린다. 각각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불기둥과 폭풍우를 일으키는 능력이 있는 거대한 괴물, 저승 입구를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를 가리킨다. 이 두 BQ 변이는 최근 전 세계 6차 코로나 유행을 주도한 우세종인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에서 갈라져 나온 ‘형제 변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들을 “상당한 골칫거리”로 분류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한 달 전 거의 0%였던 BQ ‘형제 변이’의 미국 내 점유율은 지난주 22%로 급등했다.
현재 코로나 변이 확산 양상은 복잡다단하다. 현재 인도에서는 ‘켄타우로스’ 변이(BA.2.75), 유럽에서는 BA.5 세부 계통 중 하나인 BF.7, 미국에서는 BA.4.6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나타났으나, BQ 형제 변이가 세력을 넓히면서 질서가 바뀌고 있다.
최근 1~2주 새 BQ 형제 변이 점유율이 미국과 유럽·아프리카 등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급증했다. 프랑스는 지난주 BQ 형제 점유율이 50%가 넘어 우세종이 됐고, 스페인과 벨기에도 30%를 넘었다.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에서도 이미 우세종이 됐거나 곧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과거 코로나 유행을 보면 미국과 유럽에서 급격히 점유율이 올라갔던 변이가 어김없이 전 세계 유행을 주도하는 우세종이 됐기 때문에 다음 번 전 세계 코로나 대유행은 BQ 형제 변이가 주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국내도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청 ‘국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세부계통 검출률’에 따르면, 지난달 8일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BQ.1과 지난 13일 첫 검출된 BQ.1.1은 이달 둘째 주(9~15일)만 해도 검출률이 0.9%(각각 0.5%, 0.4%)로 존재감이 미미했으나 불과 한 주 뒤인 지난주(16~22일)에는 검출률 3.7%(각각 1.2%, 2.5%)를 기록하면서 비율이 전주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BF.7이 초기 증가를 가져오고 BQ 형제 변이가 본격적인 재유행을 주도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반면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BQ.1 등 여러 변이가 나오고 있지만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며 “어느 변이가 어떻게 (지배종으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BQ 형제 변이가 BA.5보다 전염력이 세고 백신 접종이나 자연 감염에 대한 면역 회피 능력도 뛰어나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도 중증·사망 예방 효과를 가지는 오미크론 개량 백신을 빨리 맞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을기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반장은 “각종 신종 변이도 정부가 공급하는 개량 백신으로 예방 가능하고 기존 백신보다는 중증화 예방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개량 백신 접종은 기초 접종(1~2차)을 마친 사람만 받을 수 있다. 마지막 접종 또는 확진일로부터 4개월(120일) 이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