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서도 올겨울 코로나와 독감, 호흡기 바이러스 등 세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리플데믹(Triple-demic)’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인 호주는 이미 지난 6~7월 남반구 겨울철에 ‘트리플데믹’을 겪은 바 있다.
미국에서는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BQ.1과 BQ.1.1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BQ.1과 BQ.1.1 변이의 점유율은 매주 약 2배씩 늘어 최근엔 미국 내 신규 감염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주간 단위 코로나 확진자 수는 감소세를 보여 왔지만, 변이 확산 등으로 향후 전체 확진자 수도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기사에서 “지난 2년 이상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으로 미국인들은 독감과 기타 호흡기 감염을 예방할 수 있었으나, 올겨울은 다를 것”이라며 “코로나, 독감, RSV(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등이 결합한 트리플데믹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서 독감 감염은 보통 10월에 시작돼 12~2월 중 감염률이 정점에 달한다. 하지만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일부 남동부 지역은 이미 이달 초순 독감 감염률이 10%를 넘어서는 등 예년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다. RSV 감염 아동도 최근 한 달간 급격히 늘어 상당수 소아과 병동이 포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RSV로 매년 65세 이상 약 1만4000명, 5세 미만 최대 300명이 숨진다.
유럽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독일·프랑스·벨기에 등에서 유행한 오미크론 변이 BF.7에 이어 BQ.1과 BQ.1.1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이미 우세종이 됐고, 스페인과 벨기에에서도 점유율이 30%를 넘었다. 최근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팀은 A형 독감과 RSV가 융합된 하이브리드 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될 경우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