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가까이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는 동안 국내 저출산 문제가 더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새 혼인 건수가 20% 급감했고, 그 여파로 출생아 수도 더 가파르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기 줄었던 출산이 코로나 이후 다시 회복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저출생 문제까지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코로나 정책 자문 기구인 국가 감염병 위기 대응 자문위원회는 28일 “코로나가 인구 감소 및 저출산 가속화에 미친 영향을 측정한 결과, 2020년 3월 이후 2021년까지 혼인 건수가 크게 감소했고, 출생아 수는 저출산 현상으로 지속 감소 중이었으나 2022년에는 더욱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자문위가 분석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1~9월) 전체 혼인 건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20%나 줄었다. 1~3분기 기준 2019년 17만3399건에서 올해 13만8524건(잠정)까지 줄어든 것이다. 1~3분기 기준으로 코로나 첫해였던 2020년에는 15만6713건, 2021년 14만455건으로 코로나 사태 동안 해마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도 매년 혼인 건수가 줄고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그 추세가 가속화했다.
자문위는 “(월별로 보면) 코로나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거리 두기가 도입된 2020년 3월 이후 혼인 건수가 크게 감소하기 시작해 2021년까지 지속된 뒤 올해 다소 회복됐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2020~2021년 연간 이혼 건수는 매년 10만건 이상을 유지하면서 코로나 전과 비교해 크게 줄지 않았는데, 혼인 건수는 감소 폭이 컸다.
신혼부부 감소는 출생아 수 감소로 이어졌다. 가임 여성(15~49세) 1명당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코로나 이전 2019년 0.92명에서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으로 감소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별로 봤을 때 통상 합계출산율이 높게 나오는 1분기에는 0.86명으로 0.8명대를 유지했으나 2분기(0.75명)와 3분기(0.79)에는 0.7명대로 떨어졌다. 작년 2, 3분기의 경우에는 모두 0.82명이었다. 자문위는 “(코로나 이전에도) 저출산 추이로 출생아 수가 지속 감소하고 있었지만 올해 더 감소한 것은 앞선 2020~2021년 혼인 건수 감소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 시기에 여성 실업이나 우울증 환자가 남성에 비해 더 크게 늘어나는 등 일부 부문에서 여성이 입은 타격이 커 향후 저출산 심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문위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늘면서 전체적으로 실업급여 수급자가 증가했는데 2020년부터 여성 수급자가 크게 늘어 남성을 상회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자문위는 “이는 자녀 돌봄 필요와 연관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등교 제한과 원격 수업 등으로 가정 내 육아 부담이 커지면서 일을 중단하는 여성이 늘어났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울증 환자가 병원을 찾은 일수도 2021년 3월부터 현저히 늘었는데, 여성에게서 증가 폭이 더 컸다. 이삼식 한양대부설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요즘 맞벌이를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여성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경우 혼인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며 “혼인을 했더라도 일자리를 잃어 수입이 감소하거나 우울증을 겪는다면 출산을 엄두도 내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코로나 시기에 겪은 출산 감소 충격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서구사회에선 이른바 ‘템포(시차) 효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지난 뒤 지연됐던 출산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삼식 원장은 “코로나 시기를 피해 첫째 출산을 미룬 부부들은 늦게라도 낳을 가능성이 있지만, 낳으려고 했던 게 둘째나 셋째였다면 낳지 않는 방향으로 계획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며 “혼인 시기가 늦춰져도 아이를 적게 낳으려 할 수 있다”고 했다. 사교육비와 돌봄 등 양육 부담이 크고, 노후 소득 보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