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로 우울감·무기력증을 느끼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가운데, 전공의들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전국 48개 병원의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정신건강의학과는 모집 정원 97명에 142명이 지원해 1.4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년 지원율(1.38대1)보다 상승한 것이다. 특히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 5곳의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충원율은 150%를 넘겼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세브란스병원이 경쟁률 2대1 이상이었고, 삼성서울병원도 4명 정원에 6명이 지원했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코로나 3년간 정신건강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있다”고 풀이했다.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사사회특별위원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5년 전에는 한 해 한 번 이상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국민이 147만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300만명을 넘겼다”며, “선진국은 1인 가구가 늘고 핵가족화가 심화하면서 우울증·불안장애 유병률과 치료율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뇨의학과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공의 지원율이 100%를 넘겼다. 주요 수련병원 67곳에서 모집하는 비뇨의학과 전공의는 49명인데 55명이 지원했다. 비뇨의학계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전립선 관련 질환이 증가하는 등 개원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마취통증의학과의 인기도 높아졌다. 전국 51개 병원 모집 정원 170명 중 223명이 지원해 1.3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통증클리닉 수요 증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된다는 비대면 진료 환경,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비교적 잘 지켜진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