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산부인과와 함께 소송 부담이 큰 진료 과목으로 꼽힌다. 개원의들이 맘카페 등의 부당한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규제자유특구 챌린지에서 참관객이 비대면 소아과 진료 서비스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2.10.26 /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소아 환자는 성인에 비해 검사와 진단이 까다롭고 경과가 급격하게 나빠지는 특징을 보인다”며 “스스로 증상을 말하지 못해 보호자를 통해 정보를 얻지만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미영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법제이사는 “(잘못될 경우) 소송에 걸릴 가능성이 크고 이 때문에 의료진이 소극적인 치료에 머무르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소송이 두려워 성공과 실패 확률이 있는 치료를 주저하다가 의료의 질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맘카페 등의 ‘갑질’도 소아청소년과 기피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일부 지역 맘카페들이 개업한 소아청소년과에 광고를 요구하는데, 이를 거절하면 병·의원을 폄훼하는 이상한 게시 글과 댓글들이 달리곤 한다. 이를 못 견디고 문 닫는 의사들을 여럿 봤다”고 했다. 그는 또 “일부 보호자는 굉장히 극성맞고 화를 심하게 내서 의사 입장에서 모멸감을 느낀다”며 “제 주위에 ‘소아청소년과’ 간판을 떼고 일반 의원으로 바꾼 의사들이 있는데, 다들 ‘바꾸길 잘했다’고 말한다”고 했다. 지난 5년간 폐업한 소아과는 600여 곳에 달한다. 의료계에서는 소아과를 포기하고 요양병원에 취업하는 등 전공 분야를 바꾼 경우도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산부인과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소송 부담 때문에 분만을 기피한다’는 젊은 의사들이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한 해 400여 명의 신생아가 분만 과정에서 사망하는데 분쟁 조정이 되는 경우는 10여 건에 불과하고 거의 소송으로 간다”며 “무과실 사고는 정부가 지원해주고 소송 비용을 미리 수가에 반영해주는 영국과 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해 소송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