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서울 양천구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민 A씨가 숨진 지 1년 만에 발견됐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채 방치된 죽음. ‘고독사(孤獨死)’였다. 이런 식으로 사회에서 고립된 채 홀로 죽음을 맞이한 고독사 규모가 지난해 3400명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2017~2021년 5년 동안 1만5066명. 5년 사이 40% 증가했다. 특히 절반 가까이는 ‘5060 남성’이었다.

보건복지부가 처음으로 고독사 실태 조사를 벌여 14일 공개했다. 최근 5년 통계를 정리했다. 지난해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생기면서 경찰청에서 사망자 정보를 받아 분석한 결과다. 법률상 고독사 요건은 ①가족·친척 등 주변인과 단절돼 혼자 살다 ②자살·병사 등으로 숨지고 ③시간이 지나 시신이 발견되는 경우다.

/그래픽=박상훈

이 자료를 보면 2017~2021년 국내 고독사 숫자는 2412명→3048명→2949명→3279명→3378명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한 해 전체 사망자 30만~32만명의 1% 수준. 고독사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5년 평균으로 4배 정도 많았다. 지난해만 따지면 5.3배다.

연령대는 50대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60대, 40대, 70대 순이었다. ‘5060 남성’ 고독사는 지난 5년간 45~52%를 차지해 단연 비율이 높았다. 서울대행복연구센터 등이 분석한 바로는 남성 50~60대 중장년층은 건강 관리나 가사 노동에 익숙지 않고, 실직·이혼 등이 겹치면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연령대라는 점에서 고독사에 취약하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5060 중장년이 직업을 잃고 (이혼 등 이유로) 가족한테서 떨어져 살면서 사회로부터 급격히 단절되면 일상생활에 타격을 입고 건강이 나빠지면서 고독사 위험군이 된다”면서 “이런 이들이 세상과 영영 등지지 않도록 복지 제도를 활용해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지난 5년간 인구 10만명당 고독사 발생이 전국 평균보다 많은 곳은 부산, 인천, 광주, 충남으로 나타났다. 대전·경기·전남은 5년 내내 매년 고독사가 늘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곳으로 지적됐다. 시·도별 고독사 단순 규모는 5년 동안 경기 3185명, 서울 2748명, 부산 1408명, 경남 1081명, 인천이 1064명 등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고독사가 증가하는 배경으로 1인 가구 증가 영향을 꼽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4%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7.9% 늘었다. 2047년에는 40%에 육박할 전망. 문제는 1인 가구 중 주변과 단절된 채 독립 생활을 꾸려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고숙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혼·별거·사별 등으로 혼자가 된 ‘비자발적 1인 가구’나 경제적으로 열악한 ‘1인 취약 가구’는 고독사 가능성이 더 크다”며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와 비교하면 미취업·임시직·일용직 비율도 높다”고 말했다.

고독사한 사람들이 발견되는 장소도 이런 개연성을 뒷받침한다. 고독사 발생 장소는 단독·다세대 주택과 빌라·아파트 등 일반적인 주택이 72.5%로 많긴 하지만, 주택 이외 거처로 통하는 고시원(옥탑방·원룸·오피스텔 포함)이 18.4%나 됐다. 이런 주택 이외 거처는 대부분 1인 가구로 이뤄지는데 전체 가구 중 비율이 5% 정도인 데 반해 고독사 발생 장소 중 비율은 18%가 넘는다.

30대 이하 ‘청년 고독사’도 고민거리다. 전체 고독사 중 20~30대(10대 포함) 비율은 2017년 8.4%에서 2021년 6.5%로 줄긴 했지만, 고독사 수는 이 기간 204명에서 219명으로 늘었다. 특히 ‘청년 고독사’는 극단적 선택 비율이 절반가량에 달해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았다. ‘청년 고독사’는 학업·취업 스트레스와 실직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기복지재단이 지난 8월 펴낸 ‘고독사 현황과 대응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고독사 청년들은 대부분 16~33㎡(5~10평) 크기 원룸·오피스텔에서 취업을 위한 책들, 전자기기, 인스턴트 식품들과 함께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고독사는 결국 사회적 고립이 불러오는 파생 현상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연결 고리를 다양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사회 상점 활용 쿠폰을 배부하고 이용률이 낮으면 집을 찾아가 무슨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등 지역 밀착형 연결 고리를 촘촘하게 짜야 한다는 충고다.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장은 “복지관에 컴퓨터를 쓰러 오던 어르신이 갑자기 장기 결석하면 담당 복지사가 집을 찾아간다든지, 우유 배달원이 어느 집에 우편물이나 물건이 계속 쌓여 있으면 주민자치센터에 알려줄 수 있게 연락망을 구축하는 등 풀뿌리형(bottom-up) 제도를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무료 도시락을 조건 없이 자주 나눠준다든지 하면서 이들이 다양한 사회 복지 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면 자연스레 사회적 고립을 벗어나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다”고 말했다. 고숙자 박사는 “물리적 고립뿐 아니라 정신적 고립과 우울감도 풀어줘야 한다”면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이런 고독사 취약군에게 상담 기회를 자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예방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내년 3월까지 고독사 예방·관리를 위한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고독사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