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0시 48분 중국 지난(濟南)발 산둥항공 여객기가 터미널에 도착하자 인천국제공항이 혼잡해졌다. 이날 중국발 첫 입국이다. 탑승자 76명 중 단기 체류자 58명은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대상자들은 붉은 명찰을 달고 인솔자를 따라 검사 센터로 이동했는데 격리된 동선이 없어 다른 공항 이용자들과 함께 걸었다. 일부는 공항에서 기다리던 지인에게 짐을 넘겨주기도 했다. 한 싱가포르 입국자는 중국인들과 함께 줄 섰다가 뒤늦게 깨닫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날 중국에서 인천공항으로 총 9편 1092명(경유 포함)이 항공편을 예약했다. 이날 오후 5시까지 8편에 탑승한 국내 입국자 718명 중 208명이 PCR 검사를 받았고, 그중 결과가 나온 106명 가운데에서 13명(12%)이 확진됐다. 이 과정에서 대기 줄이 50m 이상 이어지면서 일부는 항의했다. 전국 11개 항만 검역소에서도 PCR 검사가 이뤄졌다. 이날 입국자들은 미리 비자를 받았지만,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필수적 목적 외에는 단기 비자 발급이 중단돼 앞으론 입국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중국발 유입을 100% 막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입국 규제에도 ‘약한 고리’가 있다”며 “자율적인 격리 절차가 잘 준수될지부터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입국자 중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는 90일 이하 단기 체류 외국인과 달리, 내국인과 장기 체류 외국인은 입국 후 1일 이내에 거주지 보건소를 찾아 검사받고 자택 대기를 하다가 양성 판정이 나오면 7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데 자칫 이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일본 등과 달리) 우리는 중국 입국 규제에서 홍콩과 마카오가 빠져 있다”고도 지적했다. 현재 홍콩은 인구 수 대비 확진자가 한국의 3배에 달하는 세계 1위인 데다, 마카오도 중국 본토와 왕래가 잦아 ‘경유 확진자’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창궐 중인 변이가 유입되면 현재 7차 유행 정점기는 더 길어질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에서 크게 나타난 BF.7 변이는 국내에서 유행 중인 BA.5나 BN.1과는 특성이 다르다”며 “현재 국내에서도 중환자 수치 등을 감안하면 매일 15만명 정도 감염되는 걸로 추정되는데 추가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숨은 감염’을 고려하면 국내 확진자만도 집계치(하루 6만여 명)의 3배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게다가 중국에서 완전히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면 급변 상황이 닥칠 수 있다”며 “전파력이 커진 변이라면 유행 규모가 커질 것이고, 치명률이 더 높다면 중환자나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다. 전파력·치명률 둘 다 높아지면 끔찍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14억명에 달하는 중국 인구와 낮은 접종률 등을 감안하면 신종 변이 출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새로운 변이는 중국에서 보고되기보다 중국에서 유입되는 환자에게서 발견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김우주 교수는 “중국은 변이 등 관련 정보 공개가 투명하지 않다”며 “우한 코로나 초기 때와 같은 데자뷔”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방역 당국은 개량 백신 접종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해 코로나 중증에 이르는 경우를 언급하면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난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과연 국가가 언제까지 그분들한테 (치료비 등) 모든 것을 무상으로 제공해야 할 것이냐는 앞으로 논의해 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접종자에게는 상품권 지급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제공 중인 개량 백신은 구형 백신보다 감염 확률이 약 절반(56%)으로 줄고, 입원 위험은 최대 8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고령자 등 접종률이 저조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