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반 커크호브 세계보건기구(WHO) 기술 수석은 11일(현지 시각) “중국이 최근 코로나 방역 관련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고 있지만, 사망자 수는 여전히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WHO는 “지난해 마지막 주(12월 26일부터 1월 1일까지) 신규 확진자와 입원자, 사망자 수에 대한 주간 현황을 최근 받으면서 정보 공유는 시작됐다”며 “그러나 코로나 사망자가 단 648명에 불과하다는 중국 측 통계는 실상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데이터 자체가 축소·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제로(0) 코로나’ 정책을 포기한 지난해 12월부터 신규 확진자와 입원자 수 등 방역 관련 정보를 제대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WHO도 중국 내 코로나 방역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영국 의료 데이터 분석 기업 에어피니티 등 서방 전문 기관들은 중국 내 코로나 사망자 규모를 하루 1만명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 사망자를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호흡 부전을 겪다 숨진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 발병 이전 사망 통계와 비교해 더 광범위하게 코로나 관련 사망자를 집계하도록 하는 국제 기준과 차이가 있다. 또 중국은 무증상자는 확진자로 분류하지 않는 데다 지난달 14일부터는 아예 무증상 환자 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중국 통계가 현실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발 입국자 전수조사를 시작한 이달 초 국내 입국객(단기 체류 기준) 누적 양성률은 16.9%에 달했다. 30%를 넘는 날도 있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무작위로 뽑은 사람 중 20% 정도가 감염자였다는 의미라 이를 중국 내 상황에 적용하면 확진자 규모가 겉으로 드러난 통계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면서 확진자가 늘어나는데 검사나 격리·통계 집계도 제대로 하지 않아 정확한 상황 파악이 불가능해졌다”며 “중국이 내놓는 통계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