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이 발병한 ‘첫 해’에 우울증이 발병할 위험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병한 나이가 젊을수록, 여성보단 남성이 더욱 위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최혜림 임상강사·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환경연구와 공중보건’ 최신호에 뇌졸중으로 인한 우울증 발병 위험에 관한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바탕으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뇌졸중을 겪은 환자 21명의 나이와 성별 등을 고려해 조건을 맞춰 선정한 일반인 29만명과 비교하면서 뇌졸중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는 발병 첫 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대조군보다 5배까지 치솟았다.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위험도도 커져 중증 장애가 남은 경우 우울증 발병 위험은 9배까지 올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위험 정도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뇌졸중 치료 시작 단계에서 환자의 정신 건강을 보듬어야 할 필요성을 엿볼 수 있다.
제1저자인 최혜림 임상강사는 “뇌졸중 경험 후 1년 내 우울증 발생이 가장 높았다는 점을 봤을 때 뇌졸중 환자들에게 우울증 위험이 있는지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이와 성별에 따른 차이도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 뇌졸중 후유 장애가 심할수록 우울증 위험도 함께 높아졌다. 65세 미만이거나 남자에게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졌다.
중증 장애가 남은 뇌졸중 환자를 분석했을 때 65세 미만인 경우 대조군에 비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5배 높았다. 65세 이상인 경우는 3배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마찬가지 조건에서 남자의 경우 우울증 발병 위험이 대조군보다 4배 높은 반면, 여성은 3배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데 대해 환자들이 받는 사회적 압박감과 더불어 뇌졸중으로 인한 생리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한창 사회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후유 장애로 인한 좌절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교신 저자인 신동욱 교수는 “뇌졸중을 겪은 대상이 사회적 측면에서 활동 범주가 많은 나이와 성별에서 뇌졸중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압박감 속에 우울증을 더 겪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더욱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의 변화도 우울증 발병 위험을 키웠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뇌졸중으로 인해 우울증과 관련 있는 모노아민 감소와 흥분독성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증가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뇌손상으로 감정과 인지기능에 영향을 주는 뇌의 회색질 감소가 일어나는 것도 뇌졸중 환자에서 우울증 위험이 높은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공동 교신 저자인 전홍진 교수는 “뇌졸중이 발생하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사지의 운동 기능에 장애가 생겨 이전의 직업적·사회적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고 했다. 또 “여기에 우울증이 발생하면 사람을 피하고 집에만 있게 된다. 우울증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사회적 부담은 우리나라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이슈”라며 “뇌졸중 환자들이 더 깊은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우울증 예방에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