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저출산 현상은 1970년 여성 1명당 아이 4.5명이던 합계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으로 떨어진 1983년 이후 약 40년 동안 지속됐다. 우리 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하기 시작한 건 출산율이 1.1명까지 낮아진 2005년부터다. 반면 저출산 경험 ‘선배’인 유럽 국가들은 1960년대 2.0명 이하로 떨어지자 대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국가들은 크게 일·가정 양립 지원, 출산 친화적 사회 구조, 금전 보상 등 세 가지에 집중했다.
프랑스는 부모가 상황에 맞게 일과 육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보육 서비스를 보장하는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가정 내 보육 또는 직장을 그만둔 부모를 대상으로 한 시간제 보육 등을 제도화했고, 부모가 직장에 다니면 자녀를 보육 시설에 맡기거나 개인 보육 도우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두 경우 모두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다. 시간당 비용 일부를 내고, 나머지 비용은 정부가 대는 식이다. 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은 약 100%에 달하며, 남편에게도 출산휴가 14일이 법적으로 부여된다. 혼외 출산 부부도 결혼한 부부와 같이 가족수당과 보육비를 지원받는다. 그 결과 프랑스 합계출산율은 2021년 1.8명으로 EU 합계출산율 1.47명(2020년 기준)을 웃돈다.
스웨덴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여성 노동력 활용에 방점을 찍고, 일하는 여성과 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육아휴직 중인 여성에게 휴직 전 급여의 80%를 지급하고, 480일간 육아휴직 중 부부 한쪽이 반드시 60일을 사용토록 의무화해 남성들의 가사 분담률을 높였다. 스웨덴에서는 아이 엄마 대부분이 취업하는 현실을 감안, 3세 미만 아동 보육 시설 확충에 많은 비용을 썼다. 다른 OECD 국가들이 3세 이상 아동을 위한 보육 시설 확충에 치중한 것과 구분되는 대목이다.
독일은 2005년 메르켈 정부가 들어서면서 아버지가 두 달간 육아휴직을 할 경우 두 달 더 휴직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마련해 남성 육아 참여를 독려하고,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도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영아 보육 시설을 늘렸다. 출산하면 풀타임 근무든 파트타임이든 상관없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여성이 일터로 복귀한 경우엔 보육 시설에 맡길 수 있게 해 출산율을 높였다.
일본은 1989년 출산율 1.57명을 기록한 이른바 ‘1·57 쇼크’를 겪고 나서 1994년 보육·육아 대책 ‘에인절플랜’을 내놓았다. 저출산 법을 제정하고, 저출산 장관까지 신설했다. 그러나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는 경직된 노동문화 탓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보다는 고령자 복지에 치중한 정책 방향도 패착으로 꼽힌다. 다만 일본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1.3명으로 우리보다는 훨씬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