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두통이나 어지럼증으로 뇌·뇌혈관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을 때 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어야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주로 중증 환자에 쓰이는 복합 촬영을 한다면 최대 2종류까지만 인정된다. 또 척추·어깨 등 근골격계 수술을 하는데 상복부 초음파 촬영을 한다면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건보가 적용된다.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를 거쳐 올해 내로 건보 급여기준 고시를 개정하고 구체적인 적용 시기를 확정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을 확정했다. 작년 12월 발표한 ‘문재인 케어 개편안’을 결정한 것이다. 이 내용은 하반기 ‘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에도 반영된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케어’ 도입 후 3년간 ‘두통·어지럼증’으로 뇌·뇌혈관 MRI 촬영을 한 사례는 연평균 51.2% 증가했다. 2018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3년간 척추·어깨 등 근골격계 수술을 하면서 상복부 초음파까지 찍은 사례는 1만9000여 건에 달했다. 하루에 불필요하게 여러 부위 초음파를 촬영하는 사례도 한 해 7000여 건 확인됐다.
앞으로는 하루에 여러 부위에 걸쳐 초음파를 찍으면 최대 촬영 가능 개수가 제한되는 등 MRI·초음파 건보 기준이 강화된다. 과다 의료 이용도 제한된다. 연간 365회 넘게 외래진료를 받은 사람은 건보 본인 부담률이 평균 20%에서 90%로 올라간다. 2021년 내국인 A씨가 연간 2050회 외래를 이용하는 등 실손보험과 결합한 ‘의료 쇼핑’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다만 중증질환 등 여러 차례 의료 이용이 불가피한 경우를 위해 예외 기준도 만들기로 했다. 백내장·도수치료 등 실손보험으로 인한 ‘비급여 풍선효과’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와 함께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앞으로 외국인의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를 제외한 피부양자는 입국 후 6개월 체류해야 건보가 적용되도록 기준이 바뀐다. 외국인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체류 6개월 경과 후 건보에 가입 가능하도록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피부양자는 ‘체류 요건’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20년 4월 외국인 B씨가 입국 당일 사위 피부양자로 가입, 2주 동안 간질환 치료를 받고 출국해 9000만원 건보공단 부담금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현재 입국 즉시 건보가 적용되고 있는 해외 장기 체류 국외 영주권자에 대해서도 앞으로 입국 6개월이 지난 뒤부터 건보가 적용되도록 바뀐다. 다만 해외 유학생이나 주재원 등 비영주권자는 지금처럼 입국 즉시 건보 이용이 가능하다. 정부는 외국인 등에게 적용되는 건보 기준은 법 개정이 필요해 올해 내로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악화하는 건보 재정을 강화하기 위해 중산층 이상 부담을 일부 늘리는 정부 방안도 이날 위원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올해 내로 소득 상위 절반 계층에 대해 본인부담상한액을 차등적으로 최고 69.6%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본인부담상한제란 의료비 지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간 의료비(건강보험 적용)가 일정액을 넘으면 그 차액을 돌려주는 제도. 구체적으로 소득 상위 10% 상한액이 현재 598만원에서 앞으로 780만원으로 인상되는 등 소득 상위 30% 기본 상한액이 12~30.4% 오르게 된다. 또 현재 중·저소득층에 적용되는 방식대로 소득 상위 50% 환자가 요양병원을 120일을 초과해 입원하는 경우에 적용하는 별도 상한을 신설, 상한액을 29~69.6% 올린다. 소득 상위 10%가 요양병원에 120일 초과 입원하면 상한액이 598만원에서 1014만원으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