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속을 깊숙이 찔러 검체를 채취하지 않고, 침(타액)만으로 코로나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타액 PCR(유전자증폭) 진단 키트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제약 바이오 사업부를 둔 바이오스마트 그룹의 자회사이자 체외 진단 기기·진단 시약 개발 업체인 에이엠에스바이오는 “자사가 개발한 코로나 타액 PCR 키트인 ‘A+CheQ(에이플러스체큐)’가 지난 3일 식약처에서 정식으로 품목 허가를 받았다”고 9일 밝혔다. 에이플러스체큐 이전, 타액 PCR 진단 키트가 국가 기관에서 안전성·유효성을 공식 인정받은 건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은 서모피셔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의 ‘태크패스(TaqPath) 콤보 키트 2.0’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이플러스체큐 타액 검사 코로나 진단 키트는 에이엠에스바이오가 2021년 6월 콧속 깊은 곳(비인두도말)에 찌르는 PCR 진단 키트 제품에, 타액 검체 방식을 추가해 이번에 변경 허가를 받은 것이다. 코에 면봉을 집어넣어 코로나 검체를 채취하려면 간호사나 의사, 임상병리사 등 숙련된 의료 인력이 있어야 하는 반면, 타액 검사는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이 용기에 침만 뱉으면 검체 채취가 끝난다. 콧속을 찔리는 것보다 심리적 부담도 덜하다. 시약에 침을 뱉어 추출기를 돌리면 약 1시간 만에 결과가 나온다.
2020년 초 코로나 발생 이후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타액 검사 진단 키트 개발에 매달렸으나 방역 당국은 그동안 비인두도말 검사를 원칙으로 했다. 의학적으로 콧속 검체를 채취하지 못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입안 검체를 허용했다. 2020년 말 코로나 3차 유행 당시 정부가 임시 선별검사소에 한해 타액 검사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타액 검사는 같은 유전자 증폭 검사여도 콧속으로 면봉을 찌르는 기존 방식보다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민감도(감염된 사람을 양성으로 판별하는 능력)는 콧속을 찌르는 비인두도말 채취 방식이 98% 이상인 데 반해 타액 검사 방식은 92%에 그쳤다.
실제로 타액 검사는 침에 음식물이나 약물, 구강청결제 등 이물질이 섞여 생길 수 있는 오염을 막는 것이 관건이다. 오염도가 높을수록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에이엠에스바이오 관계자는 “미국 FDA 타액 검사 가이드에 명시된 50가지 테스트를 식약처 요구에 따라 다 했는데 간섭 현상이 없었다”며 “한림대성심병원에서 241명을 대상으로 국내 임상시험을 한 결과, 자사 비인두도말 검사와 동일하게 타액 검사 진단 키트의 민감도와 특이도(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음성으로 판별하는 능력)는 각각 100%”라고 했다.
에이엠에스바이오는 “어린이는 콧속에 면봉을 집어넣는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은 뒤 코피가 나 마스크가 젖었다는 호소가 많았는데 타액 검사는 그런 부담이 없어 아기들도 쉽게 진단받을 수 있다”며 “코로나뿐 아니라 인플루엔자(독감)나 RSV(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 검체를 채취하는 데에도 편하게 활용할 수 있어 입원 환자들, 어린 환자들에게 특히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내 진단 키트 업체 서너 곳이 추가로 식약처에서 타액 PCR의 정식 품목 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거나 정확성을 높이는 실험을 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