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뇌 줄기세포로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길이 열렸다. 분당차병원은 신경외과 김주평·정상섭 교수 연구진과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문지숙 교수 연구진이 태아 중뇌(中腦) 조직 줄기세포에서 만들어낸 도파민 신경 전구세포를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해 안전성과 운동 능력 향상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10명 이상 환자의 뇌에 태아 뇌 줄기세포를 이식해 파킨슨병 치료 효과를 검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파킨슨병은 사람의 중뇌에서 운동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소실돼 생기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몸이 경직되고, 손이 떨리며, 보행이 느려진다. 약물이나 전극을 뇌에 심는 치료법 등이 있으나 근본적 치료는 어려운 상태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13만명(2020년 기준)이다.
연구진은 자궁외 임신으로 떼어낸 임신 14주 태아를 산모 동의를 얻어 기증받은 뒤 태아의 중뇌 조직 줄기세포에서 도파민 신경 전구세포를 만들어 대량 증식, 파킨슨병 환자 15명 뇌 속에 이식했다. 뇌수술 첨단 기법인 뇌 정위(定位) 수술로 두개골에 직경 1cm 정도의 구멍을 뚫어 뇌의 특정 부위에 줄기세포를 넣었다. 투여 세포 수에 따라 저용량·중용량·고용량(각 5명) 등 세 그룹으로 나눴다.
이식된 세포는 도파민을 분비하는 세포로 바뀌어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 준다. 연구진이 대상자들을 평균 12개월 추적 관찰한 결과, 운동 기능 평가 지표가 저용량 그룹은 11.6%, 중용량 그룹은 26%, 고용량 그룹은 40% 좋아졌다. 줄기세포를 많이 이식받을수록 증상이 더 호전된 것이다. 출혈, 면역 거부, 염증, 종양 형성 등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김주평 교수는 “좀더 효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태아 도파민 줄기세포를 찾아 증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태아 조직에서 분리해 대량 생산된 도파민 세포를 이용한 다양한 기초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