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19일 서울 지하철역에서 안내문을 붙이는 모습. /연합뉴스

20일 0시부터 버스·지하철·택시 등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지난 1월 30일 식당·카페·사무실·학교 등 1차 다중 이용시설 마스크 해제에 이은 2차 ‘탈(脫)마스크’ 조치다. 이제 마스크를 안 쓰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장소는 일반 약국(독립 매장), 병원·보건소, 요양병원·요양원, 정신 건강·장애인 복지 시설 등 의료기관밖에 없다. 2년 5개월간 이어진 ‘마스크 사회’에 작별 인사를 건네는 시점에 이른 셈이다.

하지만 완전히 안심하기엔 이르다. 17일 0시 기준 일 신규 코로나 확진자는 9065명. 2월 1일 2만413명에서 점점 줄어 4000명대(2월27일 4023명)까지 감소했지만 그 뒤로 다시 늘어 1만명대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 유행세를 보여주는 감염재생산지수(R)는 3월 2주 1.03으로 석 달 만에 1을 넘었다. 1 이상이면 ‘유행 확산’, 1 미만이면 ‘유행 억제’를 뜻한다. 누적 확진자는 3068만1228명이고 누적 사망자는 3만4155명, 누적 치명률은 0.11%(3월 2주 기준)다. 사망자 중 90%가 60대 이상이다.

방역당국은 1차 해제 때 클럽·실내 콘서트장 등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한 데 이어, 이번에도 2차 해제 조치는 내렸지만 “출퇴근 시간대 혼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마트나 쇼핑몰 내 개방형 약국 종사자 등은 마스크를 항상 써달라”고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승객 사이가 1~2m 떨어져 있다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되지만, 출퇴근길 혼잡할 때는 그렇지 않으니 마스크를 쓰는 게 감염 차단에 효과적”이라면서 “앞으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으니 본인 스스로 ‘상황별 맞춤형 마스크 착용’을 잘해야 코로나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고령자이거나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이라면 마스크를 쓰는 게 안전하다”면서도 “엘리베이터 같은 공간이라도 대화를 자제하면 마스크를 안 써도 감염 위험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자 백신 접종과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 처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스크 없는 일상’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최근 60대 이상 동절기 추가 접종률은 대상자 대비 35% 정도에 그쳤고 60세 이상 먹는 치료제 처방률은 작년 10월 30.2%에서 지난달 37.8%로 소폭 상승했다.

최근 독일·스페인·싱가포르도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그리스·말레이시아·대만·필리핀·호주 정도가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를 유지하고 있을 뿐 전 세계 대부분이 마스크와 결별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 관련 규제 중 남은 건 이제 의료 기관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 7일 의무 격리 등 두 가지뿐. 정부는 4월 말∼5월 초 예정된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에서 코로나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하면 우리 역시 ‘마지막 규제’를 어떻게 할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이 제한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건 마스크가 코로나 전파 주범인 비말 확산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 플로리다 애틀랜틱대 실험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하면 비말이 2m 이상 곧장 날아가는 반면, 마스크를 쓰면 기침한 사람 얼굴 주변에서 비말이 적게 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타인 보호를 위해서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고 했다. 미국치과협회(ADA) 연구를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역시 마스크를 안 쓴 코로나 감염자와 접촉하면 감염 확률은 90%에 달한다. 하지만 마스크를 썼다면 감염자가 마스크를 안 썼어도 감염 확률이 70%로 줄어들고, 감염자가 마스크를 썼다면 그 확률이 5%까지 낮아진다. 둘 다 쓰면 1.5%에 그친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붐비는 쇼핑몰이나 환기가 잘 안 되는 공용 화장실 등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며 “고령자가 감염되면 위험할 수 있는 장소·모임 등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70~80대라면 백신 접종을 여러 차례 받았더라도 대중교통이나 밀폐된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작년 여름 0.04%까지 낮아졌던 코로나 치명률이 올 들어 한때 다시 0.13%까지 올라 3배가량으로 높아지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 당국은 마스크 종류로 KF94·KF80 등 보건용 마스크를 권장하지만 비말 차단 마스크나 수술용 마스크도 가능하다는 태도다. 코와 입을 완전히 덮어 얼굴에 밀착하며, 젖으면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오염이 적은 곳에서 잠깐 썼다면 재사용할 수 있다.

마스크 의무 해제에 따라 방역 당국은 환기 중요성도 거론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 예방을 위해 하루 최소 3회, 10분 이상 창문을 열어 자연 환기해 달라”며 “환기할 때는 전·후면 창문을 함께 열어 맞통풍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올바른 기침법’도 다시 강조했다. 질병청은 “기침할 때는 맨손이 아닌 휴지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휴지가 없을 때는 옷소매 위쪽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한다. 기침 후 반드시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씻는다”고 당부했다.

마스크 의무는 없어졌지만 마스크 풍경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복수 여론조사에서 70% 넘는 사람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이후에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감염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맨 얼굴 노출을 꺼리는 ‘노(no) 마스크 포비아’ 현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마스크로 가린 얼굴 부분에 완벽한 이미지를 (상상으로) 대입하게 돼 잘생기고 예뻐 보이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입을 가리게 되면서 타인의 행복, 기쁨 등 감정 상태를 알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