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도 연금 개혁을 놓고 정치적 대립과 여론 반발 등이 있었다. 하지만 빠른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결단을 통해 극복한 나라가 있는 반면, 개혁 시기를 놓친 나라는 국가 파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23년 2월 14일 아테네 중심가에서 연금 수급자들이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비용에 대처하기 위해 연금 지급액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스웨덴은 1984년부터 정당, 노조, 사용자 단체, 전문가 등 30여 명으로 이뤄진 연금 개혁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했지만 개혁안 도출에 실패했다. 1991년 우파연합이 정권 교체를 이루면서 의회 중심으로 실무단을 구성했고, 빠른 합의를 위해 사용자와 근로자 단체 등은 제외했다. 그 결과 2년 2개월 만에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연금을 타는 개혁안이 나와 정당 간 합의가 진행됐고, 개혁에 성공했다.

영국은 기초 연금 최소 납부 기간을 줄이고, 수급 개시 연령을 높이는 등 공적 연금 역할을 강화한 개혁안을 2007년 정부 주도로 단행했다. 실무는 총리실과 재무부, 노동연금부에서 한 명씩 위원을 추천해 만든 연금위원회가 담당했다. 연금위는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는 데 집중했고, 연금 제도와 관련한 복잡한 숫자와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국민에게 공개했다. 가짜 뉴스를 차단하고 연금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일본은 정치적 결단으로 보험료율을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낮추는 연금 개혁을 이뤄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여야 의견 차이로 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2004년 고이즈미 당시 총리를 중심으로 자민당이 격렬한 몸싸움까지 벌여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그리스는 연금 지출 수준이 국가 재정 적자의 50%를 차지할 만큼 높아, 보험료 상향 조정 등 여러 차례 연금 개혁을 추진했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결국 국가 부채가 급증했고, 2010년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강제 연금 개혁에 들어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