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비(非)대면 진료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지난 1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대면 진료 원칙, 비대면 진료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 재진 환자 중심으로 운영 등을 전제 조건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한다는 원칙을 마련했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비대면 진료 초진(初診) 허용을 의료계가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진은 기존 질환이 아닌 새로운 질환에 대해 의사가 첫 진료를 하는 것을 말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비대면 진료를 통한 초진은 국민의 건강 침해 위험성이 높고, 안전성이 대면 진료보다 낮다”며 “우리나라보다 앞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해외 국가들도 재진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연구소는 “비대면 진료 초진은 대면 진료의 기본 진찰 방법 중 하나인 촉진(觸診·환부를 만짐)과 타진(打診·신체를 두들겨 봄)이 불가능하고, 오로지 눈으로 살펴보거나 제한적 청진(귀로 들음)과 문진(병력을 물어봄) 정도로 환자를 진단하게 된다”며 “확진을 위한 영상이나 기능 검사가 불가능해 초진 환자의 경우 오진 위험성이 높아 환자 건강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또 “특히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전화 진료인데, 전화 진료는 환자 본인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어 비대면 진료 중에서도 가장 위험성 높은 방식을 허용한 것”이라며 “추후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할 때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연구소는 “비대면 진료를 오랫동안 시행해온 해외 국가에서도 코로나 이전에 초진은 허용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와 호주는 코로나 발생 이후 한시적으로 초진에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으나 코로나가 어느 정도 안정된 이후에는 다시 제한했다. 일본은 2020년 4월 한 달간 한시적으로 초진에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그러나 2021년 8월부터는 기존에 대면 진료를 했던 단골 병·의원 주치의에게 온라인 진료를 받거나 부득이한 경우 단골 의사의 의뢰서를 받고 다른 의사에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도 완전한 초진 허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 앱 이용자의 99%가 감기 등 경증으로 급히 진료 받을 병·의원을 찾는 초진 환자’라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 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코로나라는 국제적 감염 위기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이용한 환자 대부분은 코로나 관련 초진이었다”고 했다. 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현황과 실적에 따르면, 2020년 2월~올해 1월까지 비대면 진료가 3661만건 실시됐는데 대부분이 코로나 관련 질환 재택치료(2925만건)였다. 이를 제외한 비(非)코로나 질환 736만건을 분석해보니, 재진이 600만건(81.5%), 초진은 136만건(18.5%)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