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사망률(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태어나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빠르게 많아지면서 인구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다사(多死) 사회’에 본격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사망률은 10만명당 727명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년 전(619명)과 비교하면 100명 이상 증가했고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처음으로 700명대를 돌파했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망자도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됐다. 국내 사망자 수는 1980년대 이후 2019년까지 20만명대에 머물러왔다. 그러다 2020년 30만4948명으로 30만명대를 돌파한 뒤 2021년(31만7680명), 2022년(37만2800명)까지 증가세가 가파르다. 한국 인구의 자연 감소는 2020년 사망자 수(30만4948명)가 출생아 수(27만2337명)를 넘어서면서 이미 시작됐다.

문제는 노인 돌봄 시설이나 장례식장 등의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다사 사회’를 맞게 됐다는 점이다. 당장 장례식장 부족 문제가 있다. 작년 연간 사망자 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7만7690명 늘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장례식장은 1116개, 빈소는 5074개다. 2019년과 비교하면 장례식장은 고작 2개, 빈소는 73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비스와 인프라가 좋아 선호도가 높은 병원 장례식장과 빈소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병원 장례식장은 2019년 629개에서 2022년 619개로, 빈소 수는 같은 기간 2810개에서 2790개로 줄었다. 최민호 한국장례협회 사무총장은 “병원 장례식장이라도 입지가 좋지 않은 곳은 경쟁력이 떨어져 문을 닫는 경우가 있다”며 “사람이 많이 찾는 서울에서는 주민 민원으로 용도 변경이 쉽지 않아 장례식장을 새로 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노인 돌봄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돌봄 인력 확보, 상속·유산 문제 등 우리가 법과 제도적으로도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사 사회를 맞게 됐다는 점이 문제”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80대가 되기 시작하는 2040년 이전에 대비를 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다사 사회는 2005년 일본에서 확산하기 시작한 용어다. 당시 일본에서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그 차이가 벌어졌다. 일본에서는 간병·장례·화장 시설 마련으로 다사 사회에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 장례식의 간소화가 이뤄져 일반장 대신 ‘가족장’이나 ‘1일장’ 등이 늘어났다. 2017년에는 자동차를 타고 조문하는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장까지 등장했다. 이 밖에도 치매 할머니를 찾아다니며 화장해주는 화장품 회사, 고독사 보험, 빈집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회사도 성행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이 재발하지 않는다면 올해 우리나라 사망자 수가 작년보다는 다소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사망자 수 증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1980년대 이후 40여 년간 사망자가 20만명대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은 보건 환경이 개선되고 의료 발전과 건강보험 혜택 등으로 수명이 빨리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수명 증가에는 한계가 있고, 사망 가능 연령층인 7080대 인구는 큰 폭으로 늘고 있어 다사 사회를 부추기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출생아 수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1월 출생아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6%(1486명) 감소한 2만3179명으로 집계됐다.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1월 기준 가장 적다. 반면 1월 사망자는 3만2703명으로 작년 1월보다 9.6%(2856명) 늘었다. 출생아 수는 줄고 사망자 수는 늘면서 인구 자연 감소는 9524명을 기록했다. 인구 감소는 2019년 11월부터 39개월째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