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교 성적 최상위 1% 학생들이 의대로 몰리고 있지만 국내 의대 중 ‘세계 의대 순위 50위’ 안에 든 곳은 서울대 의대 1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23일(현지 시각) 발표한 ‘2023년 세계 대학 평가 의학 분야 순위’에서 국내 39개 의대 중 순위가 가장 높은 학교는 서울대로 37위였다. 연세대 56위, 성균관대는 94위였다. 고려대(130위)와 울산대·한양대(251~300위) 등은 100위권 밖이었다.
서울대는 지난해 32위에서 5계단 떨어지며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싱가포르국립대(20위), 홍콩대(31위), 홍콩중문대(32위)에 뒤졌다.
한국 의료는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 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암 치료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국내 의대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은 교육·연구 분야에서 뒤지기 때문이다. 학계가 인정하는 수준 높은 논문을 많이 생산하지 못하고 의사 교육에 투입되는 돈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QS는 학계 평판도와 졸업생 평판도, 논문당 인용 수, 국제 학술네트워크 등을 기준으로 평가를 실시했다. 서울대는 ‘학계 평판도’와 ‘논문당 인용 수’에서 점수를 많이 까먹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한국 의대는 단순 주입·암기식 위주로 교육이 진행되는 데다 교수 재임용·승진 심사에서 논문 숫자만 기준 삼다 보니 교수들이 아무도 읽지 않는 논문을 양산하는 구조에 갇혀 있다”고 했다. 이번 발표에서 세계 10위권에 3곳이 포함된 영국은 국가 차원의 ‘연구 역량 평가(REF)’를 통해 모든 의대 교수의 실력을 질적으로 평가한다. 세계를 선도하는 교수에게는 별 넷, 국제적으로 우수하면 별 셋, 국제·국내 인정을 받는 수준은 각각 별 둘과 하나를 매긴다. 정부 연구비는 대학별로 교수의 별 개수에 따라 배분한다.
우 소장은 또 “미국·영국·독일·일본·캐나다 같은 의료 선진국은 전공의(레지던트) 교육을 국가 보건의료를 위한 투자로 간주해 교육 비용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의대생 개인과 대학·병원에 맡기다 보니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